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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재난전문가 시장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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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재난전문가 시장 맞나

입력
200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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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면 시장답게 기본적인 약속은 지켜야 할 것 아닙니까?"24일 오후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의 실종자 대책 협의가 열린 대구시민회관. 실종자가족 대표들은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이 사전협의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실종자처리 대책안을 내놓자 잇달아 고성을 토해냈다.

이들은 "자식들이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부모가 다 알 수 없듯 나도 직원들이 하는 일을 일일이 챙길 수 없다는 식의 책임회피성 발언을 하는 시장을 못 믿겠다"며 결국 1시간여만에 분을 삭이지 못한 채 퇴장해버렸다.

사상초유의 참화를 당한 유족들과 대구 시민들의 분노가 대구시정 최고책임자이자 사고수습 대책본부장인 조 시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대구시청 홈페이지에는 지하철공사의 감독책임을 맡은 대구시와 조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내무부장관 등 풍부한 행정경험을 자랑하는 조 시장은 재난사고와 묘한 인연이 있다. 그는 민선시장 출마를 위해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사고 1달전인 95년4월 대구시장직을 내놓아 책임을 면했다. 당시 선거에서 낙선한 조 시장은 가스 폭발사고와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접한 뒤 재난방지에 관심을 갖고 그 해 12월 의욕적으로 재난사고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재)한국재난연구원을 설립, 초대와 3대 원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때 조시장은 이 같은 이력을 토대로 '위기에 강한 일등 시장'이란 선거구호를 내세워 당선됐다.

이번 참사는 '재난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조 시장의 이력을 무색하게 할만큼 관련기관들의 총체적인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로 밝혀지고 있다. 조 시장이 한국재난연구원 홈페이지의 "재난예방, 복구기법연구와 시설물 안전진단을 통하여 귀중한 생명과 재산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라는 안내문대로 시민들의 안전을 챙겼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명수 사회1부 기자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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