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일부 기업의 주주총회가 3월28일로 몰려 주주들의 참가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25일 금융계와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 조흥은행, 외환은행, 제일은행 등 4개 은행과 동방, 쌍용양회공업이 다음달 28일로 주총일을 잡았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우리금융, 신한지주, 한미은행도 다음달 말께로 주총일을 예상하고 있어 국민은행(3월21일), 기업은행(2월28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7개 은행의 주총일이 모두 겹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평균 3개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어 개최일자가 겹치는 주총에 참석할 수 없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 최근 소액주주들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기업지배구조 문제까지 거론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일부 은행과 기업이 이들의 집중적인 주총 참여를 막기 위해 일부러 주총일을 겹치게 잡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관심을 분산하고, 악화한 실적이나 경영실책 등을 부각시키지 않고 넘어가기 위해 주총일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일부 기업은 주총 때마다 나타나 혼란을 야기하는 '주총꾼'들을 막기 위해 시간까지 비슷하게 맞추곤 한다"고 털어 놓았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절대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실적 승인(하나은행), 사외이사 교체(제일은행), 거래소 이전 논의(기업은행) 등 이번 주총 안건이 일부러 소액주주를 피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 외환은행 관계자는 "예년에도 3월말에 주총을 했었고 이번 주총에서 특별히 논란이 될 만한 사안도 없어 굳이 담합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공시를 통해 2002년 결산실적을 발표한 8개 은행 중 유일하게 당기순손실(5,860억원)을 기록한 조흥은행은 소액주주들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형편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아직 은행이나 기업의 주총에 참여할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며 "날짜가 몰렸다고 해서 무조건 담합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외부 감시를 강화해 지배구조상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주총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1998년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경영문화가 주주 중시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다른 기업 주주들도 이런 변화를 간접 체험하면서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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