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부총리에 행시 13회인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천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대규모 인사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김 내정자는 현 전윤철 부총리보다 9기나 후배여서 연공서열 위주인 기존 인사관행에 혁명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전 부총리가 행시 4회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10년을 건너뛰는 셈"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선 "경제부처는 후배가 앞질러 승진할 경우 옷을 벗는 검찰 조직과는 다르다"고 지적하지만, 행시 13회의 부총리 내정은 서열 관행이 뿌리깊은 관료조직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재경부의 경우 청와대 비서관 인선에서 관료 출신이 배제됨에 따라 1급 3명의 복귀가 예상되는데다, 차관에 행시 17회인 김영주 차관보와 오종남 통계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어 고위 관료의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
재경부는 현 윤진식 차관이 행시 12회이며, 1급 10명은 14∼17회가 포진해 있다. 산업자원부는 1급 5명이 전원 13, 14회이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차관급인 부위원장이 12회, 1급 3명이 10∼14회여서 상당수가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3∼17회 국장들은 일부 승진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퇴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2, 13회가 주로 경합하는 주요 경제부처 차관과 외청장 인사도 판도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제부처 각료 후보 중 김 내정자의 행시 1기 선배인 이정재 전 재경부 차관과 김병일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재경부 관계자는 "행시 13회의 부총리 임명 자체가 고시 기수를 존중하는 기존 인사관행은 더 이상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직원들은 개각 막바지에 갑자기 김명자 현 환경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곤혹스러운 표정. 김 장관은 북한산 외곽순환도로, 경인운하 건설 등 건교부의 각종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장본인. 김 장관이 취임할 경우 기존 개발계획이 백지화하거나,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농림부도 김영진 의원(민주당)의 장관 낙점이 확실시되면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농민운동가 출신인 김 의원은 추곡수매가 인상, 쌀개방 최소화 등을 주장하며 삭발 시위까지 단행, 농림부로서도 상대하기 힘들었던 정치인이다. 더욱이 획일적 농업 보호보다 농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노 대통령과 농업정책에 대한 입장이 다소 상이한 것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유병률기자 by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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