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공사가 방화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 지하 3층에서 수거한 잔해더미에서 사망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체 일부가 무더기로 발견돼 대책본부의 서투른 현장보존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중석 신원확인관리단장은 25일 "중앙로역에서 수거한 잔재물에 대한 감식작업에서 발목과 손목 등 신체일부 14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잔해더미에서는 검게 탄 어린이 신발, 지갑 등 각종 유류품 100여점도 함께 발견됐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200여명은 "대책본부가 서둘러 현장을 치우는 바람에 유골과 같은 귀중한 증거품이 없어졌다"며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집무실 진입을 시도,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대구시의 사고수습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정부차원의 사고대책본부 구성과 조 시장의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대구지하철공사 감사부 산하 안전방재팀 오모(38)씨 등 2명이 교신 내용을 일부 삭제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오씨 등 녹취록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감사부 등 지하철공사 직원들을 소환, 교신 내용 삭제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이 같은 조직적인 행동이 윤진태(尹鎭泰·63) 사장의 주도나 묵인하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윤 사장을 소환,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사장이 '24일 경찰조사를 받기 직전 감사부장이 누락사실을 귀띔해 줬다'고 했으나 감사부장은 '나도 경찰에 출두한 후에야 알게 됐다'고 엇갈리게 진술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하철공사측이 오전 9시55분 이전 통화기록 테이프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번 녹취록 누락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10시7∼11분 녹취록 누락통화 내용을 통해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열(崔尙烈·39)씨가 이 시간까지는 전동차에 머물렀으며 10시2분의 휴대폰 통화는 사고직후 승강장 1층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최씨가 지하 1층을 오르내리고 2차례 안내방송을 하면서도 구난체계를 제대로 몰라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방화 용의자 김대한(金大漢 ·56)씨와 1080호 기관사 최씨, 종합사령실과 기계설비사령실 직원 등 모두 7명을 구속했다. 경북대병원에 입원 중인 김씨는 치료가 끝나는 대로 수감키로 했다.
사망 182명으로 늘어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080호 전동차내 시신 수습 작업이 90% 완료된 상태에서 128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82명으로 늘어났으며 수습작업이 끝나면 이번 사건 사망자는 모두 200명선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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