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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시대 개막 / "동북아 공동체를 EU단계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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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시대 개막 / "동북아 공동체를 EU단계로까지"

입력
200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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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는 '동북아 번영·평화 공동체'구상을 강조하면서 공동체의 수준을 유럽연합(EU)의 단계로까지 끌어올린 것이 우선 눈에 띈다. 노 대통령이 '번영의 공동체'를 말한 것은 주로 경제적 도약과 관련된 것이고 '평화의 공동체'를 역설한 것은 정치·외교·군사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지금의 유럽연합과 같은 평화와 공생의 질서가 동북아에도 구축되게 하는 것이 저의 오랜 꿈이다"라며 "그렇게 돼야 동북아 시대는 완성된다"는 표현을 썼다.이 구상은 비록 그것이 아주 장기적인 목표로 제시된 것일지라도 노 대통령의 외교적 지향점을 반영한 것이어서 크게 주목된다. 동북아에서 경제·정치 공동체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그 동안 대미 외교에 치중했던 방식에서 탈피, 외교의 방향과 채널을 획기적으로 다변화하겠다는 것과 연결된다. 또 유럽연합과 같은 수준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통일의 전단계에 접어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와 관련해선 주한미군 문제는 물론 동북아 관련 국가의 군축 문제까지 논의되는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외교적 환경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며 또 기존에 구축된 외교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긴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소지도 있다.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북한 핵 사태의 해법은 이러한 동북아 공동체 구상과 연결돼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절대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일본과의 공조, 중국·러시아·유럽연합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의도하는 다자적 접근과는 별도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외교 경로를 열어 놓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 당선자는 한미 관계에 대해선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제, "호혜 평등의 관계로 더욱 성숙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에는 당초 예상됐던 '한미관계의 조정'이라는 표현이 빠지기는 했지만 한미 동맹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대등한 입장으로 미국과의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북 정책의 새로운 이름인 '평화번영정책'의 추진과 관련, 대내외적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참여를 확대해 초당적 협력을 얻겠다고 밝힌 것은 대북비밀지원 사건 등의 오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인사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탕평 인사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동안 지역에 관계없이 '적재적소 배치'를 우선해 왔던 것과는 다소 다른 기류여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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