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들은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을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및 한미 관계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미국 언론들은 취임식보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크게 다루면서 노 대통령의 대북관에 우려를 표시했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25일 "북한이 노 대통령의 취임식을 무대 뒷편으로 밀어냈다"며 "그가 북한에 대한 유화적 접근을 고집, 미국과의 50년 동맹관계가 위험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이 취임식 전날 미사일을 발사, 미국과의 핵 무기 대치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지만 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이 문제를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MSNBC 방송은 "공산주의 국가가 취임식 전날 미사일 실험 발사를 했는데도 한국의 새 대통령은 북한과의 유대 관계를 계속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공영방송 NHK가 위성 채널을 통해 취임식을 생중계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반대를 표명, 대북 강경책을 추진하는 미국과의 불씨가 표면화했다"며 "한미 관계의 재정립이 새 정권에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사설에서 "미래 지향의 한일 관계와 국제 지향의 대북 햇볕 정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노 대통령은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동의를 얻은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한다는 의미에서 김대중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을 '평화번영 정책'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한국 새 정부의 세대 교체는 인상적이지만 정치수완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 BBC 방송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은 국제·외교 문제에 초보자에 가까운 노무현 대통령에게 심각한 두통을 안겨줬을 것"이라며 "취임사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거듭 촉구한 것은 그의 깊은 고민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노 대통령의 취임사 중 "북한은 핵 야심과 체제 생존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할 것이며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한 대목을 주목하며 "노 대통령은 더 상호적이고 균형된, 성숙한 한미 동맹관계 구축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의 회동을 고대하고 있으며 취임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전문을 통해 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고 크렘린 공보실이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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