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9시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치러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은 각계 인사와 시민 등 4만8,000여명이 참석, 1시간 가까이 축제 분위기 속에 엄숙하게 진행됐다. '새로운 대한민국―하나된 국민이 만듭니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날 취임식은 '참여정부'답게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개혁과 통합을 상징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특히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를 감안, 일부 대중가수 공연과 식후 행사를 취소하는 등 경건함을 유지했다.본행사는 오전 10시55분 노 대통령과 권양숙(權良淑) 여사 내외가 행사장 단상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 내외는 '내나라 내겨레'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컴퓨터 전문가 안철수 씨 등 국민대표 8명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본행사는 개식선언, 국민의례, 취임행사준비위원장인 김석수(金碩洙) 총리의 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 총리의 식사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은 연설대에 서서 오른손을 들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고 취임선서를 했다. 이어 예포 21발이 울려 퍼졌고 국내 테너가수 4명이 '오 솔레미오''희망의 나라로'를 불러 분위기를 달궜다.
노 대통령은 다시 연단으로 나와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10쪽짜리 취임사를 27분간에 걸쳐 자신감 넘친 목소리로 읽어내려 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동북아 시대, 한반도 평화번영정책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동북아 경제규모가 장차 세계 규모의 3분의 1이 될 것" "국민의 정부의 성과를 계승할 것"이라는 등 당초 배포된 원고에 없는 내용을 즉석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하객들은 연설 동안 22차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사회자의 폐식선언으로 본행사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은 단상의 귀빈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퇴임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나란히 단 밑으로 걸어 내려가 사저로 떠나는 김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모든 하객의 기립 박수 속에 국회 정문 앞까지 이어진 중앙 통로를 걸으며 퇴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대중 김영삼(金泳三) 노태우(盧泰愚) 전두환(全斗煥)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 등 5명의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자리를 함께 해 평화적 정권교체의 정착을 실감케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내가 김대중씨에게 산에 내려갈 때 다치는데 조심하라고 했다"며 전 정권에 대한 앙금을 내비치기도 했다. 외빈 중에는 거스 히딩크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 재일 작가 유미리(柳美里) 씨 등이 포함돼 있어 시선을 모았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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