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주주들이 반대하는 21대1 감자안에다 대북송금 의혹까지 겹쳐 관심을 모았던 하이닉스 반도체의 주주총회가 파행 속에 마무리됐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5일 경기 이천시 본사 아미문화센터에서 주주총회를 갖고 대주주와 소액 주주들의 구분이 없는 21대1 균등 감자안을 비롯해 정관변경, 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안 등을 통과시켰다.이에 따라 하이닉스 자본금은 26조2,175억원에서 1조2,653억원으로, 주식수는 52억3,997만주에서 2억4,952만주로 각각 감소됐다.지난해 말 채권단 협의회에서 75%의 동의를 얻은 감자안은 차등감자(대주주 20대1, 소액주주 5대1)를 요구하는 소액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으나 주식수의 67%를 차지한 채권단측의 강행처리로 결국 통과됐다.
이날 주총에서 감자안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300여명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계란과 소지품 등을 투척하며 회의장에 대기중인 경호원 100여명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뜨거운 논란이 예상됐던 이 안건이 이날 주총서 불과 1분 만에 통과되자 한 소액주주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감자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닌데 의견이라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초등학교 회의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허탈해 했다.
또 다른 소액 주주는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1억 달러가 어떻게 빠져나갔는지에 대해서는 해명이 없다"면서 "소액주주 이익을 대변해온 시민단체에도 주총 참석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박찬종 상무는 "과다한 자본금을 줄여야 신규투자 유치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 감자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소액 주주들이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바람에 의사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협의회'의 오필근 회장은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날치기 통과"라며 "주총 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특히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정몽헌 전회장과 박종섭 전 사장을 조만간 서울지검에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이천=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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