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중학교 교장, 저녁에는 전 장관.'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정부의 교육부총리 인선이 반전을 거듭한 끝에 25일 오명(吳明) 아주대 총장으로 결론이 났다. 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교육의 장기적 개혁을 강조해왔고, 장관으로는 5년 임기를 함께 할 사람을 택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틀간 오락가락한 과정은 노 대통령이 내건 원칙과는 거리가 멀었다.당초 노 대통령의 뜻은 대안학교인 거창 샛별중의 전성은(全聖恩) 교장에게 실려 있었다. 노 대통령은 그를 두 번이나 직접 만났고, "제도권 교육이나 대학 사회를 전혀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을 때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3일 노 대통령과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등 인사라인 회의. 이 자리에서는 교육부총리 등의 인선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도 다음날 오전 "교육부총리는 정말 오리무중"이라며 "아주 엉뚱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이날 윤덕홍(尹德弘) 대구대 총장, 김재기 순천대 총장의 이름이 올랐다. 대학교육을 모른다는 비판 때문에 개혁적인 대학총장들이 '타협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고건(高建) 총리와의 협의 과정에서 두 총장이 모두 배제되고 오명 총장이 급부상, 그대로 낙점까지 이어졌다.
노 대통령 주변에선 오 총장이 IT 전문가이자 행정가로 명성이 높지만 교육분야에 전문성이 있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더욱 심각한 문제제기는 전 교장-윤 총장-오 총장 등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로 인선이 춤추는 동안 교육정책의 원칙마저 실종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