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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투명한 색깔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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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투명한 색깔이어야

입력
200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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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꿈쩍도 않는 신문들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대선 이후 국내 신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신장개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이른바 페이지네이션의 개편이라고 해서, 사설과 오피니언면이 종래의 사회면 자리로 옮기고 사회면은 전진배치되는 형태다. 면수를 늘리거나, 늘린 면수를 쪼개는 섹션화, 가로쓰기 편집으로의 전환 등 지난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개편은 그야말로 쇄신이다.

한국일보 역시 지면혁신 방안을 검토해왔다. 태스크포스팀이 조직되고 국장이하 편집국 간부들이 연일 회의를 열어 이리 생각해보고 저리 뜯어보며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시대정신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신문의 용기는 어떤 모양새인지, 급격한 변화에 독자들이 호응할 지, 혹시 우리만의 개혁을 위한 개혁은 아닌지….

신문들의 이런 고민은, 그것을 촉발시킨 노무현 정권에게도 본질상 그대로 해당된 것이다. 더욱이 노무현 정권의 고충은 무언가 무조건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과거 새 정권들의 의례적인 부담 이상의 것일 수 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을 만들어낸 표와 그를 저지하려 했던 표의 성향은 역대 선거에 비해 훨씬 복잡다양했다. 이 정권은 그만큼 난해한 개혁 게임을 벌여야 한다. 신문들을 전례없이 심한 고민에 빠지게 한 점이나, 25일 대통령취임식이 퓨전식으로 치러진 사실에서도 이번 정권이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큰 폭으로 깊이 고민해야 할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정권은 개혁을 통해 어떤 유행을 창조할 권리가 있다. 노무현 정권은 그렇지 않아도 색깔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인생역정이나 측근들의 면면은 그들이 아무리 실용주의를 외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지면쇄신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견해의 충돌이 빚어지고 이견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누가 떠들지 않아도 모두가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지면개혁의 최대 관건은 결국 견실한 내용물에 있고, 그 내용물은 정직함과 정확성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것이다. 신문판형이 어떻든, 페이지네이션이 어떻든 세계 권위지들의 공통점이 보도의 정직· 정확성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정권의 정직성, 정책의 정확성이야말로 성공의 대전제이다. 부와 빈, 좌와 우, 동과 서, 신세대와 구세대를 모두 감동시킬 수 공통의 언어는 정직성이며, 이를 풀어가는 기술적 열쇠는 투명함이다. 투명함은 당장의 혼란과 갈등, 대립을 초래하는 것 같지만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신비한 자정력을 갖고 있다. 동서고금의 성공한 모든 정권의 공약수가 여기에 있다.

지난 정권이 부정부패와 대북비밀송금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것도 투명성을 우선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목표와 방법의 투명함, 실책과 과오의 투명한 공개 등 투명성을 길잡이로 삼는다면 노무현 정권은 부패로 망하거나 자기 색깔에 짓눌리거나 영합주의에 의해 뒤죽박죽이 되는 일만큼은 면할 것이다.

송 태 권 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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