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내각의 진용이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관가에 전례 없는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정권교체 때마다 물갈이에 익숙한 관료조직도 이번 만큼은 심각한 걱정에 빠져들었다. 젊은 장관 취임에 따른 세대교체, 고시 기수에 따른 옷 벗기기, 조직 장악력, 전문성 부재에 따른 혼선…장관 후보를 향한 공무원들의 우려는 부처마다 넘치고 있다.외교통상부
윤영관 서울대 교수가 장관으로 낙점된 외교부는 조만간 닥칠 인사 태풍과 조직개편에 초긴장하고 있다. 1951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71학번인 윤 교수는 외교부 내에서는 몇몇국장과 대학친구 사이인 것을 비롯, 주로 심의관 혹은 국장급과 동년배다. 최소한 40명 이상의 선배를 제치고 장관으로 직행하는 셈이다. 따라서 윤 교수의 입성은 차관보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와 맞물려 대대적 물갈이, 세대교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장급 인사는 "솔직히 불안해서 북한 핵 문제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조직이 젊어지는 것도 좋지만 명확한 외교적 목표와 수요 아래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다른 부처와 비교할 때 외교부가 노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조직의 룰이나 관행을 무시했다간 외교력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화관광부
문화관광부는 겉으로는 이창동 감독이 '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의 모임'(노문모) 출신으로 노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고 관련 문화계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감독이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소설가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도 문화부와 거의 접촉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실무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하고 있다. 또한 내달 말로 다가온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 협상 양허안 제출을 앞두고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 투쟁 등에 앞장섰던 경력으로 보아 관련 업무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40대 군수 출신인 김두관 전 남해 군수가 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행정자치부는 온 종일 술렁댔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지만 간부들을 중심으로 우려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었다. 부서별로 김 전 군수의 프로필과 이력을 챙겼고, 직원들도 삼삼오오 둘러 모여 김 전 군수에 대해 쑥덕공론을 주고받았다.
한 간부는 "대통령과 생각이 비슷하다는 점을 의식, 전시성 정책을 남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간부는 "남해군수 시절에도 파격적인 인사로 뒷말이 무성했는데 장관 취임 후 인사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업무보고부터 '개혁마인드'를 넣어 상당히 신경을 써야겠다"고도 했고, "천지개벽이야 하겠습니까?"라며 당혹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도 "지방의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방분권화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평가와 "너무 튀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공존했다. 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다른 인사의 이름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며 섣부른 추측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는 오명 아주대 총장이 장관으로 낙점되자 반신반의하면서도 진위파악에 부산한 모습이었다. 교육부 직원들은 오 총장이 그동안 하마평이 무성하던 전성은 경남 거창 샛별중 교장과 윤덕홍 대구대 총장을 제치고 급부상한 이유를 놓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 등 분주했다. 한 고위관료는 "오 총장 카드는 전혀 의외"라며 "대학 개혁을 위해서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교육전반을 아우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간호협회장 출신의 김화중 민주당의원이 갑자기 유력 장관후보로 떠오르는 등 막판까지 오락가락하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있다. 특히 신정부가 강력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건강보험 재정통합 등 민감한 현안을 헤쳐가야 할 시점에서 정치력과 추진력이 다소 못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정치적 비중이 있는 인물이 인선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배려차원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환경부
이미경 민주당 의원의 입각설이 오락가락해왔던 환경부는 취임 당일까지도 입각자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자 촉각을 곤두 세운 상태. 이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오랫동안 몸 담았기 때문에 무리 없이 환경정책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장관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가 여성장관 할당 문제로 인한 '교통정리'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 한 관계자는 "인사의 원칙이 환경문제에 원칙과 소신을 갖췄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는데도 아직도 남녀 비율을 따지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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