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입성 첫날부터 청와대와 국회를 오가며 하루 종일 분주히 보냈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노 대통령을 수행하느라 직원들과의 상견례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총리 임명 동의 요청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의 자격으로 공식 문서에 처음으로 '노무현'을 써내려가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며 새 대통령의 출발을 기록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문 실장과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등 아직 인선이 마무리 되지 않은 경제보좌관을 제외한 차관급 이상 참모진 12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실장 등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2열로 맞춰 대통령 입장 10분 전부터 기다렸고, 진행을 맡은 행자부 최양식(崔良植) 인사국장까지 대통령의 첫 인사권 행사라는 것에 긴장한 듯 대통령에 대한 인사를 건너뛰는, 애교 있는 실수를 했다. 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임명장을 받으며 고개를 푹 숙이는 문 실장에게 "너무 고개를 많이 숙이지 않아도 됩니다. 선거 때도 아닌데…"라고 농담을 건넸고, 이어 참모진 사이에 웃음이 번지며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던 자연스런 분위기를 되찾았다.
노 대통령은 오후 4시께 국회에서 열린 취임 경축연에 참가해 첫 외부행사에 참석했다. 3부 요인과 여야 대표, 외국 사절 등 1,000여명의 인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룬 경축연에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다짐하면서 인선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 고민하고 준비한 것으로 조금만 지켜보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건배를 제의하며 "솔직히 쑥스럽다. 자기 잔치에 자기가 건배하자는 게…"라며 딱딱한 분위기를 깼다.
노 대통령은 3부 요인 등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가진 만찬으로 첫날 공식일정을 마무리했지만 관저에 돌아가서도 밤 늦게까지 조각 작업을 하느라 쉬지 못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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