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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한인 땀과 꿈의 100년]<9> 실리콘밸리의 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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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한인 땀과 꿈의 100년]<9> 실리콘밸리의 한인들

입력
200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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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은 세계 최고 두뇌들의 경연장인 실리콘 밸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50∼60세의 이민 1세대에서부터 30∼40대의 1.5세, 그리고 유학을 갔다가 기회를 잡은 사람 등 유형도 다양하다.이민 1세대로는 이종문 암벡스 벤처그룹 회장을 비롯해 황규빈(66·미국명 필립 황) 텔리비디오 회장, 김종윤(미국명 스티브 김) 자일랜 사장, 김종훈 루슨트테크놀로지 사장 등이 있다.

이종문 회장은 1982년 컴퓨터 그래픽카드 회사인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사를 설립했고, 96년 암벡스 벤처그룹을 설립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변신했다. 황규빈 회장은 1975년 9,000달러로 텔레비디오를 설립해 83년 한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미국 400대 부자에 꼽히기도 했다.

김종훈 사장은 92년 데이터 전송 장비 전문업체인 유리시스템스를 설립해 98년 미국의 정보통신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에 10억8,000만 달러에 매각,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김종윤 사장은 기업용 컴퓨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장비를 생산하는 자일랜을 설립, 성장시킨 뒤 프랑스의 최대 통신회사인 알카텔에 20억 달러에 팔아 세계적인 거부 대열에 합류했다.

재미교포 1.5세로는 인터렉티브 에이전시 회사인 에이전시닷컴을 설립한 서찬원씨와 '차세대 손정의'로 주목받고 있는 히어투리슨의 조건희(미국명 거니 조)씨가 있다. 서찬원씨는 95년 80달러로 에이전시닷컴을 세워 3년 만에 매출 8,000만 달러의 미국 최대 인터렉티브 에이전시 회사로 성장시켰다. 조건희씨는 변호사를 그만둔 뒤 벤처의 세계에 뛰어들어 건강상담사이트린 히어투리슨을 설립했다.

이 밖에 마이클 전 옴니스 사장과 마이클 양 넷지오 사장, 윤여걸 와이즈넷 사장도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미국 유학 중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해 거부의 대열에 낀 사람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이룬 한인 벤처인들 중 선두주자들은 현재 벤처투자가로 변신 중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종문 회장과 황규빈 회장, 김종윤씨, 그리고 브레인러시의 케이스 김 회장이다. 이 중 황규빈 회장은 특히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많아 현재 10여개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다. 황규빈 회장은 "미국은 무일푼으로 시작한 내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며 "이제 그 기회를 모국에 있는, 야망에 찬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실리콘 밸리는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의 늪에 빠져 들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의 1순위인 한인들과 인도인들이 느끼는 불황의 골은 더 깊다. 실리콘 밸리에서 만난 한인 연구원 정민영(34)씨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곳으로 날아 들었던 많은 한인 연구원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실리콘 밸리의 최신 기술 확보를 위해 현지에 세운 아이파크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 차원에서 이들 실리콘 밸리를 떠나려는 한인 연구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렵게 실리콘 밸리에 뿌리를 내린 한인 연구자들을 방치하면 경기가 회복돼 나중에 그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한인 기업인은 "실리콘밸리의 한인 연구자들을 한국 기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기철기자 kimin@hk.co.kr

■ 암벡스벤처 이종문회장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경쟁하는 실리콘 밸리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인 첫 주자는 암벡스 벤처의 이종문(李鍾文·75·사진) 회장이다.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인 종근당의 창립자 이종근(李鍾根)씨의 동생이기도 한 이 회장은 1970년 군사정부로부터 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도미했다.

이 회장은 1982년 당시 55세의 나이로 실리콘밸리에 컴퓨터 그래픽 카드 제조 벤처기업인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사'를 설립하면서 '55세 청년 벤처 신화'를 일궈냈다.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사는 IBM과 애플컴퓨터의 호환시스템을 개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93년 실리콘밸리 내에서 고속성장 기업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고국의 벤처기업인들에게 "사업을 위해 목숨을 거는 파이팅(Fighting)이 없으면 벤처 창업에 입문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벤처기업가는 등반가와 같습니다. 몽블랑을 정복했으면 다음은 안나푸르나를 꿈꾸고, 또 에베레스트에 도전해야 해요. 그러나 고국의 벤처기업가들은 겨우 야트막한 야산 정도를 정복하고 나서 도전을 멈춰 버리는 것 같아요."

이 회장은 지금도 도전과 모험을 즐기고 있다. 자신이 창업한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사를 95년에 나스닥에 상장시킨 후 96년 이 회사를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69세의 나이에 암벡스 벤처캐피털을 세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이 회장의 성공스토리는 경제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기부활동 등을 통해 부의 사회 환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99년 예산이 모자라 문을 닫게 된 아시아예술박물관 내 한국관을 지원하는 등 총 1,600만 달러를 기부해 샌프란시스코 시민이 총동원된 '박물관 살리기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그리고 3월이면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그의 이름을 딴 '종문 리(Chongmoon Lee) 아시아예술문화센터'가 들어선다. 아시아계 이민자의 이름을 딴 대도시 박물관은 이것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자신이 일군 부(富)도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이 미국 사회 장점중의 하나"라며 "기부는 이런 사회적 상식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제 모국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이 회장은 우선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에 '이종문 엔터프러너십 센터'를 설치하고 학생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어주기로 했다. 이 회장은 "교육의 질 저하와 이공계 기피현상은 10년 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정부가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위해 가장 잘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한 바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실리콘밸리=김기철기자

■ 해외 한인 CEO들 새정부에 대한 고언

조병태 소넷 사장 "우수한 동포활용"

선진국과의 지식·정보 격차를 줄이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은 힘들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수한 교포 2∼3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자유롭게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들의 개방적인 자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신영교 파머스마켓 회장 "전문가가 대접받게"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려 하기보다 한 부분에서라도 근본적인 변화와 성과를 얻도록 해야 한다. 지식과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제도를 고치려 하기 보다 전문가가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들리는 한국의 이공계 붕괴현상의 원인도 이런 환경을 만들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수동 STG 회장 "사업발주 방식전환"

한국의 정보기술(IT)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사업발주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는 1996년부터 정부의 모든 프로젝트를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민간에 나눠주고 있다. 프로젝트를 따면 기업들은 일단 5년간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그렇다고 이 기업들이 방심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5년 후의 경쟁에 대비해 기술개발과 축적에 전념하게 된다.

정진철 해외한인무역협회 명예회장 "우수두뇌 평생보장"

해외에 나가 활동하는 교포 두뇌를 활용하면 엄청난 기술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의 눈부신 기술발전은 해외 화교(華僑) 자본은 물론 두뇌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해외 우수 두뇌가 모국을 선택하게 하려면 중국처럼 평생을 보장해 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정책 없이는 한인 2∼3세들을 유인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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