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생으로 올해 고희를 맞은 이재춘(서울 신당동)씨의 기상시간은 새벽 4시. 7년 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에서 정년퇴직한 뒤 부인과 활기찬 노후를 즐기고 있는 그는 1시간 30분 동안 요가와 단전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새벽 6시부터 남산 일주로 7㎞를 한시간 동안 속보로 걷는다. 함께 걷는 50, 60대 젊은 실버들을 앞질러 늘 선두이다. 식성은 가리는 것 없이 모두 잘 먹는 편이며 특히 아침식사에 드레싱을 끼얹지 않은 야채샐러드를 빼놓지 않는다. 특별히 영양제를 먹어본 적이 없다. 다만 일년에 두 번 씩 받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의사로부터 '고기를 줄이라'는 충고를 듣지만 쉽지 않다. 운동으로 다져진 이씨의 몸매는 70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젊어서부터 즐겨온 테니스를 지금도 치며 게이트볼을 2시간 정도 해도 좀체 지칠 줄 모를 정도로 체력도 좋다. 주중에는 서울시의 시정모니터활동이나 봉사활동, 주말이면 답사여행 가이드등으로 의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호적상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가 노화방지클리닉인 노방클리닉에서 실시한 생물학적 나이 테스트를 받았다. 최근 노화방지클리닉들이 노화방지를 원하는 개인에게 처방을 내리기 위한 검사로 활용하는 생물학적 나이란 신체적 상태, 노화정도, 체력 등을 종합한 수치.
기억력테스트, 폐기능검사, 운동·신경반사속도 검사 등 2시간에 걸친 테스트를 통해 밝혀진 그의 생물학적 나이는 54세. 호적상 나이보다 16세가 젊은 것으로 나왔다. 신체적 노화정도, 유전적인 장수체질, 흡연 음주습관, 가족관계 정서상태 등을 종합한 예상수명은 97세.
특히 심폐지구력이 아주 우수해 30대 수준이며 근지구력은 40대 중반 수준. 나이와 함께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신경계통의 노화로 균형감각 반응속도는 50대 수준, 유연성은 60대 중반수준으로 나타났다. 나이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편이라는 기억력테스트와 폐활량검사에서는 50대 초반과 60대 후반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씨가 이렇게 70세에 50대의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운동과 비흡연, 철저한 자기관리덕분이다.
특히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심폐지구력은 운동과 흡연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항목이다. 이씨는 테니스를 20년간 쳤고 평생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이씨의 근력은 50대 중반으로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현상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근지구력은 40대 중반 수준으로 여전히 젊은 편이다. 근지구력은 운동으로 지속될 수 있는 부분으로 이씨는 30초동안 윗몸일으키기를 30개나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놀라온 것은 보통 나이에 따라 뚜렷하게 감소해 나이지표로 잘 활용되는 기억력이 50대 초반인 것.
이유는 이씨가 현역일 때와 마찬가지로 왕성한 지적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정모니터활동을 위해 매일 3개 신문을 꼼꼼히 읽고 답사 준비를 위해 역사서적을 즐겨 읽는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기는 그는 지난해 수료증만 6개를 받았다. '노인의 전화'에서 실시하는 노인봉사교육 강좌를 들었고 노인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예절지도사 수료증도 땄다. 또 서울시립대학에서 실시하는 문학강좌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주말의 답사여행에서는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유적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연대, 인물들을 메모 없이도 줄줄이 늘어놓는다.
비교적 노화가 드러난 검사항목이 균형감각·반응속도, 유연성. 나이와 함께 귀의 전정기관과 신경계통이 노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운동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폐활량은 60대후반 수준으로 검사항목가운데 가장 노화가 진행된 부분이다. 영국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폐활량 연구에 따르면 25세, 170㎝ 신장의 남자가 폐활량이 4.8㏄라면 같은 키의 60세 남성은 3.9㏄일 정도로 나이에 따라 줄어들기 때문에 비교적 노화정도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편.
검사를 맡았던 권용욱 노방클리닉원장은 "이씨가 유연성증진을 위해 체조와 스트레칭운동을 매일 2회씩 하고, 주 2회의 근력강화운동,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을 실시해 체중을 줄인다면 생물학적 나이를 더 줄일 수 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 신체부위별 노화방지법
생물학적 나이를 줄일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운동과 바른 식생활, 지적 활동이다. 성장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노화에 대해서는 호르몬요법도 효과가 있다.
운동은 심장, 근육, 폐 등의 노화를 지연시키며, 바른 식생활은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의 섭취를 줄이는 길. 호르몬요법은 성장호르몬 분비 부족으로 인한 지방축적, 근육감소, 불면·우울증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체·기능별 노화 예방법을 소개한다.
심장과 동맥
콜레스테롤이 혈관내벽에 축적되면서 심장, 뇌 등 각종 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을 줄인다. 운동, 체중조절과 함께 과일, 야채, 곡류 등을 섭취하면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
뇌와 신경
30∼90세동안 뇌용량이 10% 감소한다. 정보처리능력은 감퇴하지만 주의력과 언어능력은 이상이 없다. 피아노를 배운다든지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빨리 걷기, 에어로빅과 같이 유산소운동을 한다.
귀
청력은 50대 중반까지는 괜찮지만 60∼70세에 25% 감퇴할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거의 3분의 1이 청력이상을 경험한다. 또 귀 속의 전정기관이 노화하면서 평형감각도 떨어지게 된다. 청력을 손상시킬 수 있는 굉음을 피하도록 한다.
시력
40세 이후에는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고 이를 제어하는 근육이 약화돼 노안이 된다. 60세 이후에는 수정체의 단백질이 산화돼 백내장이 생긴다. 암록색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백내장과 근육퇴화를 예방할 수 있다.
피부·머리카락
나이가 들면 피부층이 얇아지고 콜라겐섬유가 퇴화해 탄력을 잃게 된다. 이때 햇볕으로 인한 손상이 가속화한다. 자외선차단제를 꼭 바르도록 한다.
폐 55세 정도가 되면 폐근육이 탄력을 잃게 된다. 테니스나 수영을 하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
뼈와 연골
50세 이후에는 골밀도가 낮아지고 관절연골이 퇴화한다. 폐경기 여성의 경우 뼈손상이 가속화한다. 매일 만보를 걷고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한다.
근육과 체력
근육이 줄어들면서 근육의 칼로리 소비량이 적어지고 지방은 늘어가면서 쉽게 비만이 될 수 있다. 순간적인 힘을 내는 근력강화를 위해서는 자신이 들 수 있는 무게의 한계를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근지구력을 위해서는 한계의 60∼70%를 반복적으로 드는 연습이 좋다.
/김동선기자
도움말/노방클리닉 nobang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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