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9일부터 영화인회의 배급개선 소위원회가 매주 발표해 온 영화 박스오피스가 21일부터 중단됐다. 관객수를 집계해 온 영화인회의는 업계와의 마찰이 잦아들지 않자 이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시네마서비스를 합병해 우리 영화계의 거대 공룡이 된 CJ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영화의 흥행 순위가 낮게 나온 데 반발, 신뢰성을 이유로 자료 협조를 거부하면서 시작된 분란의 결말이다.미국, 일본, 홍콩 등 외국에서는 주말이 지나면 입장료 수입을 발표하지만 우리는 영화사가 발표하는 관객 수를 일부 극장을 표본으로 '검증'한 후 발표해 왔다. 입장료 수입을 실시간 집계하는 극장 전산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몇 년째 사업을 질질 끌어오다가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에 이를 이관했다. "6월에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세원 노출을 꺼린 극장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 관객은 1억 700만명으로 국민 1인의 연평균 영화 관람이 2회가 넘는 영화 선진국이 됐다. 방화 점유율도 46.7%로 미국과 공산국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2001년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화계의 '회계 장부'는 엉터리다. 그마저도 대형 투자배급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언하면 장부 자체가 사라져 버릴 정도로 기반이 취약하다.
'영화는 산업'이라며 지원해 온 정부는 정작 산업의 ABC인 시장 상황 파악에는 관심이 없었거나 능력이 달렸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를 자회사로 거느린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비위에 거슬리면 안 한다"고 배짱을 부리는 것도 객관적 검증 장치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관객 몇 백만 명 돌파'라는 영화사의 과장 광고만 기승을 부리게 됐다.
박은주 문화부 차장대우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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