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와 가진 회견내용을 게재하면서 "워싱턴의 일부는 노 당선자가 북한의 위험을 순진하게 보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그는 미국이 파멸적인 전쟁을 점화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노 당선자는 선전(善戰)을 사랑한다"며 "싸움꾼적 기질이야말로 56세의 인권변호사 출신이 예상을 깨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평했다. 다음은 회견요약.―미국과 평등한 관계를 요구한 데 대해 반한 감정이라는 역작용이 우려되지 않는가.
"대다수 한국인처럼 나도 미국 사람을 좋아한다. 부당하게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이것은 반미감정과 다르다. 미국 언론과 정부 관리들은 북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생사의 문제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 때문에 나는 미국에 지나친 모험을 삼가라고 요청한다."
―당신은 미국의 가치를 높이 산다. 그러나 많은 아시아나 유럽 지도자들처럼 미국이 자국의 가치체계를 다른 국가에 강요하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미국이 요구하는 새 질서는 주로 정의지만 그것은 일방주의적 성격도 지닌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아…(18초간 멈춘 뒤) 이 문제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자. 나는 조금 불만이 있어도 아내를 깊이 사랑한다."
―북한이 정전협정 파기를 위협했는데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기를 바란다. 문제는 북한이 특별한 국가라는 데 있다. 북한의 상황과 사고, 행동은 독특하다. 북한을 합리적인 대화의 상대로 만드는 것은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자국민 100만 명 이상을 죽이면서 정권을 유지한 점을 들어 그의 축출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성립되지 않나.
"모든 정부가 민주적이고 도덕적이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보면 우리는 한 국가가 민주주의나 도덕성, 인권의 잣대로 다른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 사례를 볼 수 없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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