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실종자 가족들이 슬픔을 뒤로 하고 같은 처지의 실종자 가족들을 돕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24일 대구시민회관 실종자가족 대기소 한 켠. 흰 가운 차림의 약사 배은호(49·경북 영천시)씨는 이번 참사로 딸 소현(20·영남대 생화학과2년)양을 잃었으면서도 탈진 상태에 빠진 실종자 가족의 건강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버지를 따라 약사가 되려고 편입시험을 준비하던 소현양은 평소처럼 학원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변을 당했다. 지하철 폐쇄회로 TV에서 딸의 모습을 확인하곤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는 배씨는 "소현이는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유난히 따랐다"며"하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어 딱한 처지의 실종자 가족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딸 현진(19)양을 잃은 대구시 총무과 직원 이달식(45)씨와 동생을 잃은 김향진(23·여)씨도 희생자 가족 돕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슬픔을 가눌 길 없지만, 공무원으로서 사고 수습을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실종자 가족들과 사고대책본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대 사회과학대 입학을 앞두고 변을 당한 현진양의 합격을 취소하고 다른 학생을 입학시켜 달라고 서울대에 요청하기도 했다. 학교측은 입학등록포기 마감일을 하루 넘긴 21일에야 입학포기 요청을 해와 학칙상 곤란하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가족대책위 전산팀에서 실종자 관련 자료를 입력하고 있는 김씨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가족이 너무 많아 이들의 고통을 알릴 수 있는 인터넷 자원봉사를 자청했다"며 바삐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지만 눈시울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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