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증시에서 신용카드주(株)들은 '잔칫집'에서 쫓겨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북핵 긴장 완화 등으로 주식시장이 안도 섞인 '허니문(새정부 밀월기간) 랠리'를 펼친 가운데 LG·국민·외환카드 등 신용카드 '3인방'만 홀로 약세를 보였다. 신용불량자 급증과 카드 연체율 증가, 카드업체 수익성 악화, 소비 둔화 등의 악재들이 카드주들을 짓누르고 있다.지난달 다소 반등 기미를 보이던 신용카드사들의 주가가 또다시 날개 없는 추락으로 이어지자 투자자들은 "바닥이냐, 추가 하락이냐"를 놓고 난감해 하고 있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LG카드는 3.72% 하락하며 3만3,000원선에 턱걸이했고, 외환카드는 1.2% 하락하며 그나마 1만원을 지켰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서 국민카드는 4.57% 폭락하며 2만2,000원마저 붕괴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국민카드는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로 최근 10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카드주들의 추락은 지난해 연말 주춤하던 카드 연체율 증가세가 올 1월들어 다시 악화됐기 때문이다. 연체율 증가는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LG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6.3%에서 올 1월 7.3%로 높아졌다. 카드빚을 갚지 못한 고객들에게 이를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론(대환대출)도 급증해 지난해 말 3조9,000억원에서 지난달에는 4조원을 넘어 전체 상품자산 중 12.8%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증권 조병문 금융팀장은 "올 1분기 연체율 정점을 예상하고 지난해 LG카드를 매수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며 "대환론 부담이 커진 LG카드를 3월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국민카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11·12월 9%대에서 다소 주춤하던 연체율이 새해 들어 13.6%로 악화됐다. 메리츠증권 심규선 연구원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이어 올 1월 한달 동안에만 1,240억원의 적자를 보였으며 신규 연체율이 하락추세로 전환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카드주의 하락 추세 마감과 상승전환의 관건은 연체율 증가세가 언제 하락세로 꺾일 것인가에 달려 있다. LG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이후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던 연체율이 줄지 않고 있다"며 "상반기중에는 연체율 감소 등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서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외국인들의 시각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위원도 "국민카드는 연체율 증가로, LG카드는 예상보다 많은 대환론 등으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연체율이 1분기 정점을 지난다 해도 충당금으로 인해 2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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