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죽은 청와대에서 꽃을 피울까."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에 갖고 들어가는 물품 제1호는 관음죽(觀音竹)이다. 관음죽은 노 대통령이 1978년 변호사 개업을 했을 때 선물 받은 야자과의 열대성 식물로, 노 대통령 부부가 20년 넘도록 고이 길러왔다. 특히 관음죽이 꽃을 피울 때마다 노 대통령 부부에게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에 청와대에도 갖고 가기로 결정했다.
관음죽은 몇 십 년에 한 번 꽃을 피울까말까 하지만 노 대통령 부부가 기르는 동안 꽃이 핀 것은 벌써 2차례. 처음 꽃이 핀 1998년 봄에는 노 대통령이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6년 만에 정치 재기에 성공했고 두 번째 꽃을 핀 2000년 8월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때문에 주변에서는 "관음죽이 청와대에서도 꽃을 피워야 하는데…"라는 소망과 "꽃이 피면 혹시 통일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섣부른 기대도 나오고 있다.
관음죽 외에 노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에 갖고 들어가는 물건은 3,000여권의 장서, 이불 한 채, 옷가지, 그림 5∼6점 뿐이다. 대통령 관저에는 이미 가구 등 생활집기가 완비돼 있기 때문에 이삿짐이 조촐해진 것. 장서에는 전집류는 거의 없고 노 대통령이 틈틈이 사서 읽은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 '노사관계 개혁론'(조우현 저), 링컨 전기 등 정치·경제 관련 서적이 대부분. 컴퓨터 등 입문서도 다수다.
또 분홍색 벚꽃을 화사하게 묘사한 길이 1m 상당의 유화그림도 권양숙(權良淑) 여사가 특히 아껴 청와대 입성이 결정됐다. 하지만 짐이 너무 단촐하자 권 여사는 "이사 가는 것 같지가 않네"라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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