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에 살면서]토론문화 해치는 "잘못된 정보" 인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에 살면서]토론문화 해치는 "잘못된 정보" 인용

입력
2003.02.25 00:00
0 0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을 되짚어 보았다. 무엇보다 위환위기에서 벗어났고 금융개혁을 어느 정도 이루었으며 주요 거시경제 지표는 호전되었으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특히 이전 정부들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개혁은 바로 사회보장이다. 한국은 사실상 처음으로 진정한 사회보장 제도를 채택했다. 의료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을 포함해 거의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사회보장제도는 사회법과 사회보장에 인색했던 한국으로서는 급진적인 변화였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연기금 운용 과정이 공개돼야 하고 유럽처럼 노사정이 함께 사회보장 제도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 사회보험 가입자는 관련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

대다수 한국민들은 이런 긍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이는 빈부 격차 해소, 정경 유착 근절, 주 5일 근무라는 3대 주요 과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진정한 세제 개혁을 이루지 못한 결과 사회보장 제도를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빈부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재벌들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창업주의 직계 가족들은 특권을 행사하며 소액 주주들은 주총에서 소외당하고 기업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 주 5일 근무제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은 19세기의 유럽과 더 비슷하다.

새로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분야를 최우선 과제로 택한 것을 보면 그도 경제 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 같다. 문제는 주 5일 근무제 논의 때처럼, 잘못된 정보 때문에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언젠가 고용주를 대표하는 민간 단체에서 제작한 광고를 보았는데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한국인이 프랑스인보다 더 적게 일한다는 내용이었다. 프랑스 근로자는 주당 4.5일(35시간) 일하고 연간 5주의 유급 휴가를 누리며 공휴일은 한국과 비슷한데, 어떻게 한국 근로자가 덜 일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프랑스에서는 출산 휴가가 더 길고 아버지 육아 휴가가 있고 병가도 일반적이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과 개혁은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에릭 비데 프랑스인 홍익대 불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