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올라갔던 하아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는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마음 속에 갈무리해 두었던 사람을 뭉클 눈 앞에 떠오르게 하는 노래 '얼굴'. 시간이 흘러도 노래는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주인공 윤연선(51). 서울 홍익대 앞에서 까페 '얼굴'을 운영하며 오랫동안 꽁꽁 숨어 지낸 그가 다음달 11일 오후 8시 부산 남구 가람아트홀에서 작은 콘서트를 연다.
그로서는 처음인 이번 콘서트는 아직까지 '얼굴'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팬들이 만들어 준 무대다. 양희은의 노래 선생님으로 포크송의 대부인 김의철(51)씨가 기타 연주와 노래지도까지 맡고 나섰다. "다시 노래한다는 게 두려워 여러 번 제의를 거절했지만 팬들의 격려에 '못이기는 척' 서는 무대"라고 소개한 그는 "지난날을 회상하는 따뜻한 시간으로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부끄러운 듯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그는 당시 금지곡이었던 '고아' '강매' 등의 노래도 들려준다.
윤씨가 지구레코드에서 '얼굴'이 담긴 두번째 독집 앨범을 낸 것은 1975년. 명지대에 다니며 대학연합 노래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그는 우연히 '얼굴'이라는 노래에 대해 듣게 됐고 무작정 작곡자 신귀복(66)씨를 찾아가 "이 노래를 내가 부르게 해 달라"고 졸랐다.
'얼굴'에는 수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래가 태어난 곳은 67년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동도중학교 교무실. 교무회의의 지루함을 견디다 못한 음악교사 신귀복씨는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심봉석 교사에게 "내가 곡을 만들 테니 애인을 생각하며 가사를 만들어보라"고 제안을 했고 그 둘이 교무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얼굴'을 완성했다. 심씨는 얼마 후 '얼굴'의 진짜 주인공이었던 애인과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 여고생들이 까페에 찾아와 내 노래를 매개로 결혼에 골인했다며, '사랑을 이루어 주는 노래'라고 말하고 간다"고. 하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의 사랑은 언제쯤이나 이루어 질는지. 윤씨는 아직 미혼이다.
'얼굴'은 최근까지도 TV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등장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노래가 잊혀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누구에게나 그리운 얼굴이 하나쯤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의 표정으로, 가슴에 깊숙하게 담아 놓은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 애잔하게 노래하는 그의 수줍은 모습은 긴긴 세월조차 비켜 간 듯하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사진 최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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