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조셉 스티글리츠(사진) 컬럼비아대 교수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선진국을 열심히 따라 배운 '모범생'이었으나, 이제부터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든 교사로 변신해야 한다고 밝혔다.199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90년대 후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에 참가할 정도로 열렬한 민주당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24일 서울대 SK경영관에서 열린 '세계화와 한국의 진로'라는 제목의 강연회에서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쿠바나 남아공에 대한 경제제재가 성공하지 못했듯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Sanction)나 고립화 정책은 효과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북한을 더욱 극단적인 수단에 의존토록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미 북한에 대해 고립과 봉쇄정책을 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햇볕정책이 성공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언론이 한국에서 반미 감정이 번지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자가 성장해 스승과 다른 견해를 갖더라도 스승이 기뻐하듯이, 지난 50년간 한국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미국은 한국의 새로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절친한 친구라도 매사를 같은 시각에서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은 살인적인 고금리와 금융기관 폐쇄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잘못된 처방에도 불구,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일본과 유럽이 국내 산업보호에 투입하는 보조금이 아프리카 전체 국가의 소득에 맞먹을 정도로 세계화의 여파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12대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은 자본의 논리만이 아닌 분배의 정의가 함께 통하는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로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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