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설립된 최장수 기업 (주)두산이 페놀 유출 사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주)두산은 24일 편법 증여 의혹을 받아온 신주인수권부사채(BW) 권한 전량 포기를 결정했다. 재계는 최근 편법 증여 의혹과 두산중공업 파업 사태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두산이 문제가 된 신주인수 권리 행사를 일시 유보하는 수준의 수습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두산은 SK(주) 최태원 회장의 구속 등 정부 내 재벌 개혁의 의지가 예상보다 높다고 판단, 인수권 자체를 전량 소각하는 예상 밖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는 새 정부의 강도 높은 재벌 개혁의 주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해 보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 두산이 새 정부 출범을 하루 앞 둔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한 것도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주)두산은 1991년 페놀 사건 이후 꾸준히 기업 변신을 시도해 왔다. 페놀 사건으로 박용오 회장이 일시 퇴진하는 시련을 겪은 두산은 이후 주력사인 OB맥주가 하이트맥주에 밀리자 95년부터 코닥필름, 네슬레, 한국쓰리엠 등 알짜 계열사들을 잇달아 매각했다. 급기야는 주력사인 OB맥주의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고 한국중공업을 인수, 기업 성격을 식음료 중심의 경박단소형에서 중후장대형으로 전격 전환했다.
그러나 이런 기업 체질 전환 과정에서 창업 4세대로의 경영권 계승이 함께 진행되면서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두산은 99년 7월 해외자금 차입을 명목으로 1억달러의 BW를 발행했다가 4일만에 신주인수권을 재인수, 편법 증여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파업중이던 두산중공업의 조합원 배달호씨가 지난달 9일 분신자살 하면서 기업 이미지는 더욱 추락했다. 여기에 더해 노동부가 두산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적, 24일 사법처리 방침마저 밝히자 사면초가에 처하게 됐다. 결국 시시각각 불리하게 전개되는 상황을 감지한 두산 대주주들은 신주인수권 전량 소각이라는 사실상의 백기 투항을 택했다.
(주)두산 관계자는 "이번 신주인수권 포기는 경영 투명성 제고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말하지만 재계는 '우선 소낙비는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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