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소리는 어쩔 수 없이 발라드에 어울리나 봐요."1990년대 중반 '테크노'라는 생소한 음악을 하겠다고 나타나 무대 위를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금속성의 기괴한 음악을 선보였던 남성 3인조 그룹 'E.O.S'의 김형중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김형중이 이 김형중이야?"라고 놀랄지 모른다. 하지만 윤상의 '소년' 015B의 '구멍가게 소녀' 토이의 '못 다한 나의 이야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토이의 '좋은 사람'을 불렀던 가수"라고 소개한다면 '아, 그 단정하고 바이브레이션이 섞인 목소리?'라며 무릎을 칠 것이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 김형중(30·사진)이 첫 솔로 앨범을 냈다. "다들 '너는 시끄러운 음악 말고 발라드를 불러야 한다'고 등을 떠밀어서 낸 음반인데 어울리나요?"
그런데 등을 떠밀었다는 사람들 하나같이 만만찮은 얼굴들이다. 프로듀스를 맡은 조규만을 비롯해 심상원 황세준 조규찬 이승환 등 앨범 작업 참가자들은 모두 발라드의 대가라 할 만하다. 타이틀곡 '그랬나 봐'는 토이의 유희열로부터 받은 곡으로 듣는 순간 "토이 노래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유희열 표' 감성이 드러난다. 차갑게 질러대던 그의 목소리 속에 숨겨진 감성적 측면을 발견해 낸 것도 바로 유희열이다.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왔더라구요. 아무 친분도 없는 사이였는데 뜬금 없이 '제 노래 하나 불러 주실래요?'라고." 그 인연으로 그는 토이의 객원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발라드로 노선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그랬나 봐'는 미성과 미소년 같은 그의 외모가 만들어 내는 소년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하는 곡이다. 내용도 첫사랑에 빠진 한 소년의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연상의 연인을 향한 귀여운 투정을 담은 곡인 '세 살 차이', 조규만이 작곡한 '연인' 등도 귀에 와 닿는다. "아직 발라드를 부르면 손발을 단정하게 모으고 예쁜 표정만 짓고 불러야 해서 어색하다"는 그는 "중고 신인이지만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생각"에 들떠 있다.
/최지향기자
사진 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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