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가 24일 이틀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개막됐다. 미국에 의해 악의 축으로 규정된 북한 이라크 이란과 미국에 미운 털이 박힌 쿠바를 포함해 114개국의 국왕, 대통령, 총리 등이 모였다.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했다.1998년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정상회의의 의제는 '반전과 평화, 발전. NAM 외무장관 회담에서 하루 전 채택된 성명서 초안은 악의 축 규정에 대한 전면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76쪽 분량의 초안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대 테러전을 빌미로 이라크 침공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에 대해서는 대량살상무기(WMD)파괴를 위한 유엔결의 준수를 촉구해 균형을 유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평화 의제에서는 문명간의 대화와 평화공존을 촉구했다. 특히 국제적 테러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 이슬람 분위기의 해소를 강조했다.
그러나 회원국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반전이 아닌 발전이었다. 이는 NAM 회원국이 제3세계 국가들로서 대부분 최빈국이란 점과 연관돼 있다. 초안은 뉴욕 런던 도쿄(東京) 등 선진국 대도시를 악의 축에 빗대 '부의 축(axis of affluence)'으로 규정하며 회원국들의 발전권리를 주장했다. 빈곤과 에이즈 퇴치, 갈수록 확대되는 선·후진국 간 빈부격차 해소가 21세기 국제관계의 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 세계인구의 55%를 차지하는 NAM의 이번 정상회의는 세계 유력언론을 비롯한 국제적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이것은 NAM의 국제적 활동공간이 그만큼 축소됐음을 시사한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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