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 14회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18세의 중국 피아니스트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5년 동안 나오지 않았던 1등을 역대 최연소로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동양인이라는 희소성과 젊음, 매력적 외모로 침체에 빠진 클래식 음악계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그 주인공 윤디 리(21)가 마침내 한국을 찾는다. 3월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 내한독주회에서 그는 쇼팽의 '스케르초 1∼4번'과 리스트의 '소나타 나단조' 등 젊음의 열정이 물씬 풍기는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국내에는 아직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서울공연과 같은 레퍼토리로 이뤄진 23, 24일의 홍콩 페스티벌 공연은 지난해 11월에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였다. 데뷔 음반인 '윤디 리―쇼팽'은 발매 10일만에 홍콩에서만 100만장이 팔렸다. 중국 본토와 홍콩은 물론 일본 등지에서 각종 CF에 출연하고, 그를 닮은 캐릭터 상품도 출시됐다.
중국에서 그는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중국인의 자존심을 채워주는 요소를 고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윤디 리는 첼리스트 요요마 등 해외에서 공부한 중국계 음악인과 달리 오직 중국 내의 교육 과정만을 거쳤다. 충칭(重慶)에서 태어나 피아니스트로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7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13세에 센첸예술학교에 들어간 후 단 자오이에게 수학, 스트라빈스키 국제콩쿠르를 시작으로 리스트 국제콩쿠르를 거쳐 최고권위의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쇼팽콩쿠르는 5년마다 열리는 긴 기간,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1위를 뽑지 않는 엄격한 기준, 쇼팽의 곡만을 연주하는 등으로 유명하다. 아르헤리치, 폴리니, 침머만 등 현역 정상급 피아니스트들도 역대 쇼팽콩쿠르 1위 수상자였다.
이러한 화려한 재능에 비해 그의 성격은 지극히 수수하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수영과 탁구, 음악감상이 취미"라며 "어린 시절에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센첸예술학교 입학 후 매일 꾸준히 피아노를 연습했다"는 평범한 답변을 보내왔다. 다만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는 이야기로 아이돌 스타에서 진정한 대가로 거듭나기 위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런 성격과 달리 그의 연주는 예측할 수 없는 즉흥성과 섬세함이 잘 어우러져 있어 쇼팽과 리스트 연주에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월 말 발매되는, 리스트의 곡만으로 구성된 두 번째 음반 '윤디 리―리스트'(도이치 그라모폰)의 '소나타 나단조'에서는 아르헤리치의 연주에 버금가는 화려함을 엿볼 수 있다. 그는 2001년부터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다니고 있다. (02)751―9606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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