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공사가 중앙로역에 남아 있던 잔해를 치우고 물청소를 하는 등 현장을 크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3일에는 사고 현장에서 유류품이 추가로 발견돼 실종자 및 유가족들이 "당국의 현장 훼손으로 실종자 증거물 확보도 힘들게 됐으며 유류품을 쓰레기처럼 방치해 희생자를 두 번 죽였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잔해 마대에 담아 차량기지에 버려
대구지하철공사는 사고 당일인 18일 오후 10시께부터 1079, 1080호 전동차를 1시간 간격으로 월배차량기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현장을 훼손했다. 당시 경찰 감식반이 차량내부를 1차로 둘러본 상태였지만 차량 문이 일부 열려 있었던 데다 이동과정에서 차량 내에 있던 시신 잔해가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떨어져 나갈 우려가 컸기 때문. 희생자 대책위측은 "폐쇄회로 화면에서 차량과 승강대 사이에 잔해 더미가 많이 쌓여 있었는데 공사측이 전동차를 옮기는 바람에 상당수 유골과 유류품이 유실되거나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공사측은 또 경찰측이 1차 감식을 종료한 19일 오전 11시30분께부터 직원과 용역업체를 동원, 대대적인 현장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안전점검을 한다는 이유로 지하1층부터 3층까지 물청소를 했으며, 20일에는 군 장병 100여명의 도움으로 지하3층의 잔해를 마대 200∼300개에 담아 안심차량기지로 옮겨 야적했다.
21일에는 청소용역업체까지 동원, 소형 굴삭기로 작업을 하다 유가족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공사측 관계자는 "현장보존에 대한 특별한 지시가 없어 마구잡이로 청소작업이 이뤄졌다"고 실토했다.
대구참여연대 김중철(金重澈) 사무처장은 "유가족과 수사본부의 실종자 추정치가 차이가 많이 나 대구시에 수차례 청소 중단을 요구했는데도 '기본조사가 끝나서 상관없다'는 어이없는 답변만 들었다"며 "대구시와 공사측은 도덕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유류품 추가 발견
일반인에게 지하3층 내부가 처음 공개된 22일 오후부터 참사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추가로 발견돼 경찰과 국과수측이 뒤늦게 현장 재보존에 나섰다.
윤석기(尹錫琪) 유가족 대책위원장은 23일 오전 1080호 5∼6호차 승강장 근처에서 발견된 안경, 건강보험증, 신발 등 유퓨품을 국과수에 제출, 정식 감정을 의뢰했다.
플랫폼에서 뼛조각과 장신구를 발견한 허인구(33)씨는 "빗자루에 쓸린 듯한 물체 가운데 손가락 뼈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면서 "공사측이 탑승증거를 제시할 만한 단서를 치우는 바람에 실종자를 영원히 구천에 떠돌게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경찰 고위관계자가 추가 발견된 유골에 대해 아무런 검증 작업 없이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현장 공개 시간을 악용, 몰래 내려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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