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체공학연구실(과기부 국가지정연구실)을 이끄는 홍효정(洪孝貞·47) 박사는 특정 세포나 바이러스만 공격하는 항체 치료제를 만든다. 기존의 방사선치료나 화학적 항암제가 정상세포까지 무차별 공격하는 '폭격기'라면 항체는 항원에만 반응하는 '지능형 유도 미사일'이다. 환자에겐 치료과정의 고통이 없고 효과가 높다. 특정 암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에 반응하는 항체는 항체 항암제가 되고, 간염이나 에이즈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항체는 간염·에이즈 치료제가 되는 것이다.세계적 제약사와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항체 치료제 개발에 여념이 없다. 항체 치료제 시장은 전체 생명공학 치료제 중 단일품목으론 최대(약 30%)이며, 2002년 시장규모는 40억달러(약 5조원)선이다. 암은 물론, 간염이나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그럼에도 이 분야가 최근에야 부상했다는 것은 그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는 뜻이다. 항체 치료제 개발에는 '인간화 기술'이 관건이다. 그동안 인간의 면역세포(항체)는 어떤 이유에선지 체외배양이 잘 되지않아 연구자들은 쥐의 세포를 이용했다. 그러나 쥐의 항체는 인간에게 더 큰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인간의 항체로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홍 박사는 B형 간염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부위만 쥐의 것을 이용하고, 나머지 항체 부분은 인간의 것으로 바꿔치기 하는 방법(SDR-grafting)으로 B형 간염의 항체 치료제를 개발했다. 홍 박사는 이미 녹십자와 함께 침팬지 실험을 수행, 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할 정도의 좋은 성과를 확인했다.
또 박테이오파아지라는 바이러스를 이용, 순수한 인간 항체(단일클론항체)를 만드는 방법으로 A형 간염 항체 치료제도 개발했다. 이는 올해 침팬지 실험에서 효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홍 박사는 또 원자력병원과 함께 암 특이 항체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시켜 암을 치료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 동위원소 항체가 암세포에만 달라붙으면 정상세포에는 별 영향이 없는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
선진국들은 서구에 많은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의 치료제 개발에 이러한 항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혈액암 중 하나인 비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맙테라)는 이미 시판되고 있다.
홍 박사에겐 한국인에게 많은 위암과 간암 치료제 개발이 목표다. "문제는 기초 연구죠. 유방암이나 혈액암은 암세포에 많은 단백질이 밝혀져 있어 이와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하고 있지만, 위암이나 간암은 무엇이 표적(항원)인지조차 아직 모르는 상태거든요." 홍 박사는 "하지만 위암 간암 유전자를 규명하는 프론티어사업이 진행중이니까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머잖아 항체 치료제가 현대의 난치병인 암을 물리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릅니다. 연구하는 저도 장담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인간이 할 일이 무엇이겠어요? 탐구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해답이 얻어지겠죠."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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