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 임박하면서 DJ 정부 경제 각료들도 본격적인 퇴임 준비에 들어갔다.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 등 일부가 새 정부에 발탁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상당수 각료들은 일찌감치 '제2의 직장'을 알아보는 등 공직생활을 접을 준비를 하고 있다.전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DJ 경제정책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3월부터 제주대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자신이 집필한 '경쟁이 꽃피는 시장경제'를 교재로 공정거래와 관련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제주대는 이미 전 부총리의 아호를 딴 '일민연구소'라는 연구실을 마련해둔 상태다. 전 부총리는 "제주대에 지인이 있고, 사돈댁(며느리집·한라소주 경영)도 근처에 있어 겸사겸사 그 곳을 택하게 됐다"며 "이 곳에서 37년간의 공직생활과 관련된 일화와 비화 등을 집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정을 봐가며 미국 대학에 머물 계획도 갖고 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업계의 '신산업 육성'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1년 산자부 장관에서 물러났을 때도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유통경제연구소 상임고문을 맡아 강연활동 등을 했다. 그는 고향인 경북 예천에서 자민련 깃발로 두 차례 국회의원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지만, 여전히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주변의 시각이다.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은 퇴임 후 친정인 KT 회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본인은 "그럴 리가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대신 "놀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당분간 푹 쉬면서 정보기술(IT) 분야의 공부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세대 법무대학원과 경기 고양의 신설대학 등에서 석좌교수와 학장직을 제의해 왔다"고 밝혀 퇴임 후 교수가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과거에도 고려대에서 공정거래법을 가르치는 등 강의 경험이 풍부하다.
공직생활 34년 동안 한 번도 공백기가 없었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퇴임하면 일단 쉬면서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위 안팎에선 대형 법무법인 고문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승우 기획예산처장관은 특별한 계획 없이 여행과 연구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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