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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개혁정권다운 언론 정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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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개혁정권다운 언론 정책을

입력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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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공식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에 기대가 많지만 우려의 눈길도 없지않다. 젊고 신념에 찬 정권그룹이라서 개성있는 정책들을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철학과 능력은 주관적 조건일 뿐이다. 그것을 발현하는 데는 또 다른 절반의 조건에 해당하는 객관적 시대상황이 변수로 존재한다. 그 객관적 여건으로 우선 북한과 국제정치 환경을 꼽을 수 있다. 또 국내 여건도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 그것을 개혁하고 재결합해서 단순총화 이상의 성과를 내는 창조력이 정권의 리더십에서 나와야 한다.그러나 공동체의 잠재력을 발전의 힘으로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기능은 언론의 몫이다. 그래선지 뛰어난 정치가일수록 대개 훌륭한 언론 사상가로서의 면모가 있다. 이율곡이 그런 예다. 그는 '인심이 함께 그러하다고 동의하는 것이 곧 공론'이라고 했다. 그리고 '재물로 꾀이지 않고 위세로 누르지도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이 공론의 최고형태인 국시라고 보았다. 국민여론의 형성과정이 제대로 돼 있는지 여부가 정치의 근본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여론 형성과정은 어떤가. 과거 큰 신문의 목소리가 국민여론으로 간주돼 왔다. 최근엔 주요 방송사의 보도가 대우받고 있지만, 아직도 정책당국자들은 주요 신문들을 스크랩해서 여론의 지표로 삼는다. 예컨대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김대중 정부 임기내 평균 75%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런데도 보수 신문들은 국민여론이 비판적인 것처럼 자신의 주관적 논조로 포장했다. 일반 여론이 작은 시행세칙의 보완을 주문하면 그것이 정책에 대한 전체적 반대인 것처럼 침소봉대하기 일쑤였다.

큰 신문일수록 사주 1인이나 그 위임을 받은 소수 간부가 논조를 지배하고 있어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들은 '어떤 사주가 편집과 사설 논조에 일일이 간섭한단 말인가'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평소엔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대통령 선거나 대북정책처럼 중요한 이슈일수록 사주의 말 한마디가 누구도 거역하지 못하는 제작지침으로 작용한다. 민주정치의 바탕이 돼야 할 언론이 극단적인 반민주성에 지배돼 온 것이다. 1인 지배 신문은 이미 공기(公器)가 아니다. 또 그렇게 생산된 신문들이 판매시장까지 독과점해 왔다. 사주체제이고 보수적인 논조로 사실상 똑같은 신문 3개가 판매시장의 74% 이상을 점유하는 실정이다. 민주사회의 요건인 의견의 다양성이 존립할 여지가 없다.

그것이 독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가.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의 언론인 강제해직과 오랜 권언 유착, 자전거 따위의 경품을 끼워 파는 불공정거래, 독자의 거절을 무시하는 신문 투입 등으로 왜곡된 시장구조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반민주적으로 만들어진 언론 상품이 시장 독과점까지 일삼고 있는 왜곡상황인 것이다. 나는 이렇게 중첩적 반민주성에 지배돼 온 여론형성 과정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다른 개혁이 먹혀 들 수 없다고 본다.

정부가 언론개혁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언론 환경의 개선은 주도할 의무가 있다. 인수위가 밝힌 청와대 기자실 개방도 그 중 하나다. 그밖에 언론 상품에 대한 공정거래법규의 엄정한 적용과 신문 공동배달제 지원을 통한 국민의 언론 선택권 보장, 인터넷 시대에 부응하는 공보정책의 변화 등이 정부의 과제다. 국정홍보가 다급하다 해서 현존하는 언론구조에 그저 영합한다면 개혁은 입에 발린 말에 불과하다. 이와 다른 차원에서 언론 본령의 개혁을 위해서는 언론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시장을 독과점하는 큰 신문사의 소유지분 제한과 편집권의 민주적 행사를 제도화하는 정간법 개정이 그것이다. 정치개혁 범국민협의회도 결성됐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언론개혁 국민운동이다.

김 재 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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