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보고서를 왜 전부 공개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관료와 언론, 학계 등 누구나 다 볼 수 있도록 해 공론화하며 정책으로 실현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약 2개월간의 활동을 마치면서 360쪽에 이르는 최종보고서는 비공개한 채 59쪽 분량의 요약자료만 배포하자 몇몇 인수위원들이 이 같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요약자료에는 그 동안 수없이 언론에 보도됐던 새정부 추진 과제들이 제목만 나열돼 있을 뿐이었다.
인수위가 제시한 국정과제의 구체적인 틀과 방향이 담긴 360쪽의 보고서는 최근 간사단 회의에서 향후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부담감, 세부내용 공개에 따른 이해집단의 반발 등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보고서가 비밀에 부쳐져야 하는 이유를 인수위원들조차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가 선정한 국정과제의 방향이 잘못됐다면 토론을 거쳐 수정하고, 반대 의견이 있다면 이를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보고서는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인수위원들의 생각이다. 새 정부의 '초심'이 담긴 인수위 활동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연결되는지 국민 모두가 지켜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보고서의 공개는 필요하다.
보고서 비공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고 있다. 혹시 보고서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비밀이라도 있는지 해석이 구구하다. 물론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밀이라면 보안이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비밀주의는 토론을 지향하고 절차의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새 정부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무엇이든 본능적으로 감추고 보려는 관료주의적인 사고부터 고쳐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고,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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