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주) 회장의 구속에 이어 손길승 SK그룹 회장마저 검찰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해지면서 SK그룹은 충격과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손 회장은 22일 SK그룹 사장단회의를 주재, 최회장의 공백에 따른 향후 경영대책 등을 논의하는 등 사태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손 회장은 무척 당혹스러워 하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특히 검찰이 SK글로벌과 JP모건 간 주식 이면거래에 관여한 손 회장을 특가법상 배임의 공범으로 처벌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손 회장의 입지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손 회장은 SK텔레콤의 주가하락에다 최 회장의 구속에 따른 SK그룹의 위기를 수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전경련 회장으로서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함께 논의해야 하는 '양곤마(兩困馬)'의 입장에 처해 있다.
재계에서는 손 회장이 구속되지 않더라도 불구속 기소되는 것만으로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는 만큼, SK 회장이나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SK그룹 못지않게 이 사건의 파장이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경련은 손 회장이 사법처리 될 경우 대외적 활동이 상당히 위축돼 새 정부와의 경제정책 조율 등에서 많은 애로를 겪게 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사회주의 발언으로 관계가 껄끄럽게 된 전경련으로선 '설상가상'의 사태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손 회장의 전경련 회장 사퇴설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손 회장이 사퇴할 경우 SK사태로 정부에 반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오해 될 소지가 있는데다, 오너들의 고사로 난항 끝에 맡은 전경련을 한 달도 되지 않아 물러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SK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상황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성명을 내고 "SK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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