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훈련으로 위기대처 능력을 키우고, 돈이 들더라도 설비는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 안전 시스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국가 차원의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창운(李昌雲) 교통개발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장은 "기관사와 종합사령실이 우왕좌왕, 사고가 커졌다"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기 능력은 저절로 커지지 않기 때문에 치밀한 도상 계획의 수립과 훈련의 반복이 필요하다는 것. 용인대 김태환(金泰煥·도시방재학과) 교수도 "사령실과 기관사의 판단력 미숙이 훈련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평소 각각의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비상 훈련을 실시, 사고에 좀 더 침착하고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선진국처럼 우리도 온 국민을 대상으로 비상상황대처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훈(朴用薰)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비상 요령을 아는 승객이 웬만큼만 있었더라면 피해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상시 전동차출입문 개폐시스템도 개선 대상으로 지적됐다. 광운대 이기서(李基西·제어계측과) 교수는 "비상시 좌석 밑 손잡이를 찾아 문을 열게 돼있지만 실제로는 찾기도 어렵고 조작도 쉽지 않다"며 "손잡이 조작법을 쉽게 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동차를 소방법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전문가들도 있다. 현행 소방법이 고정 설비에만 적용되고 비행기 선박 열차 차량 등은 제외했기 때문에 전동차 내부에는 별도 소화장치를 둘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경험했듯 전동차내 화재의 조기 진압을 위해 스프링클러, 가스소화시설 등을 차 안에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김수삼(金修三) 한양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중력식 소화전'의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현재 승강장마다 4,5개의 소화전이 있지만 단전이 되면 사용할 수 없다며 "물탱크를 지면 가까이 설치해 높이 차를 이용, 전기가 끊어져도 물을 뿜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배연시설의 용량 확충도 필요한 부분이다. 현행 배연시설은 비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환기, 냉방, 난방 등의 기능을 겸하기 때문에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도시철도공사의 관계자는 "현행 공조설비덕트(공기통로)로는 유독가스를 제대로 뿜어내기 어렵다"며 "안전을 생각한다면 배연장치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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