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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 용인 상현동 솔개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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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 용인 상현동 솔개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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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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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막겠다던 소신은 모두 어디로 갔나." "이미 승인을 얻어 진행중인 아파트 공사를 어떻게 중단하라는 것이냐."21일 오전 경기 용인시 상현동 솔개언덕. 철제 펜스가 길다랗게 드리워져 있고 그 옆에서는 굴착기와 대형 덤프트럭이 부지런히 흙을 파 실어 나르고 있었다.

벌거숭이 황토 언덕으로 변한 이곳은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민이 쉬기에는 부족함이 없던 소중한 숲이었다.

주민들이 공사장 철제 펜스에 페인트로 적은 '막개발 난개발, 더 이상 못참겠다''솔개언덕 살려서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글자는 아파트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이 일대 5만9,700㎡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2005년 완공 목표로 40∼60평형대 아파트 914세대를 짓기로 하고 기초공사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아직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공원 등으로 조성해 휴식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년 전 이사 온 주민 김모(54)씨는 "솔개언덕이 아파트 숲으로 변하면 이 일대는 녹지 하나 없는 황량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과 맞닿은 상현동은 난개발 도시 용인에서도 난개발이 가장 심한 지역. 녹지에 대한 주민들의 갈증은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도 난감하기만 하다. 2000년 11월 건축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중단할 수는 없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부지 매입비 등으로 900억원, 솔개초등학교 부지 일부와 도로 기부채납 등으로 200억원을 이미 지출했다"며 "지금 상황에서 공사를 어떻게 그만두느냐"고 반문했다. 2000년 11월 건축 허가를 함께 받은 업체들이 이미 공사를 완료, 주민 입주까지 끝냈으니 현대산업개발의 '억울함'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솔개언덕 지키기'는 중단될 것 같지가 않다. 오히려 요구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16일 오후에는 솔개언덕 옆 솔개초등학교에서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공사 중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특히 용인시의 난개발 행정을 집중 성토했다.

주민 이모(44)씨는 "당장의 세수 이익에 눈 멀어 마구잡이로 허가를 내준 용인시가 더 밉다"며 "없는 녹지를 만들지는 못할 망정 있는 녹지를 없앨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주민들은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용인시가 땅을 매입,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용인시는 그러나 '수용 불가' 입장이다. 용인시의 관계자는 "이미 사업 승인이 나고 공사도 시작됐는데 이제 와서 허가를 취소하고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부지를 사들이는 것도 비용이 엄청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용인시가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동백지구 등 다른 지역의 아파트 건설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도 솔개언덕에 사업 승인을 내준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간띠잇기 등의 실력 행사로 맞설 태세여서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솔개언덕 쟁취투쟁위원회 장진환(張辰煥·39)위원장은 "용인시가 지금까지 건설 허가로 벌어들인 수조원의 세금을 어디에 썼는지 궁금하다"며 "시가 다른 곳에 아파트 부지를 마련해주는 대신 이곳을 매입, 공원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을 펴지 않으면 난개발 도시, 난개발 공무원이라는 오명을 영원히 벗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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