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밝힌 언론개혁의 핵심은 권력이 먼저 변화함으로써 언론의 개혁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일부 관측과는 달리 세무조사, 금융제재, 뒷조사 등 공권력에 의한 외과적 수술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노 당선자가 대신 선택한, 권력의 변화를 통한 언론개혁의 핵심은 유착 단절이다. 이 구상의 실험성은 청와대 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가 조간신문 가판(지방, 지하철 등에 배포하기 위해 전날 오후 6∼7시께 발행되는 신문)을 구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언급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또 지금까지 정부의 대 언론접촉 방식을 "소주파티를 하고, 향응을 제공하고…"라고 표현하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기사를 시정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언론사에 로비하는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력이 다음에 취할 수순은, 노 당선자의 표현을 빌면 '언론에 대한 정정당당한 대응'이다. 노 당선자는 정정보도 및 반론 청구만을 예로 들었으나 여기에는 소송을 포함한 모든 법적, 제도적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손해배상 등 실질적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부정확하고도 적대적인 보도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사례를 감안할 때, 노 당선자의 이 같은 시도는 스스로의 의지가 투명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노 당선자의 의식 속에 언론의 우호도에 따른 구분, 신문과 방송에 대한 편향성 등이 자리잡고 있다면 그만큼 언론정책의 모습도 일그러진다. 청와대나 정부의 수준이 언론의 비판적 접근을 물리칠 정도로 오류를 줄일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노 당선자의 언론개혁 의지가 일부 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노 당선자는 "(일부 언론은) 족벌 세습 체제 등을 고스란히 갖고 앉아서 변화의 기수인 척 하지만 실제로 개혁에 대해 사사건건 딴지를 건다"고 비난했다. 비우호성을 '개혁 거부'로 등식화하는데 그친다면 노 당선자의 생각도 편견,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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