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부의 대물림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SK그룹 수사와 관련한 형평성을 강조함에 따라 다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재계는 노 당선자의 이 같은 언급이 재벌 총수들을 향해 검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뜻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며 진의와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에 따라 최태원(崔泰源) SK(주) 회장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SK그룹에서 일단 한 박자 쉬고 갈 것으로 기대했던 재계는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관련 사정기관들이 곧바로 파상공세를 전개할 것을 우려하며 총수 일가와 관련된 현안들을 긴급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재계는 국세청이 기업 접대비 단속과 함께 사실상 최 회장의 개인회사인 SK C&C와 현대그룹 계열사의 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정밀조사에 나서고, 공정위가 상반기에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 그룹의 내부거래를 조사하기로 하는 등 전방위 압박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수사가 끝나면 다른 기업으로 확대할지 여부도 판단할 계획"이라는 검찰 발언도 단순한 엄포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삼성 LG 한화 두산 등 참여연대가 대주주 일가 또는 계열사의 편법 주식 거래 의혹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 재벌과 삼성 현대차 효성 동부 한국타이어 경방 현대백화점 동아제약 등 2, 3세 승계작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그룹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삼성의 경우 삼성종합화학(주) 주식의 저가 처분 및 부실기업으로 청산된 이천전기의 인수 등과 관련, 참여연대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상태다. 삼성은 특히 형평성이란 이유로 검찰이 최 SK 회장에게 적용한 법의 잣대가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의 에버랜드 지분 인수 및 삼성SDS 신주 인수권부 사채 헐값 매입에 적용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LG는 구본무(具本茂) 회장 등 99년 당시 LG화학 이사들이 LG석유화학 지분중 70%를 자신들과 구 회장의 일가 친척들에게 적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 수천억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이유로 1월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한화는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의 부채비율 축소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된 상태고, 두산은 해외BW 발행이 지배주주 일가의 편법증여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의혹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앞두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재벌개혁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가뜩이나 국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이처럼 전방위 조사를 벌이면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시장경제의현실을 인정하는 범위에서 조사가 투명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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