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4일 오후 15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동교동 사저로 돌아간다. 법정 임기는 24일 밤 12시까지이지만, 몇 시간 먼저 자연인이 된다.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5번째 보는 대통령의 사저귀환이지만 그의 퇴장을 보는 소회는 또 다를 수밖에 없다.김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속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취임 전부터 경제위기 극복에 진력했고, 한국경제의 새 패러다임 구축이라는 힘겨운 난제를 안았다. 이념과 지향점이 다른 자민련과의 공동정부라는 태생적 한계에다가, 소수 정권이라는 제약에 집권 내내 시달려야 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김대중 정부는 도전과 응전을 거듭했고, IMF 조기극복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도출해 내기도 했다. 개혁과 사회 각 분야의 구조조정은 일정성과를 거두면서도 '개혁 피로증'이라는 저항을 유발하기도 했다.
반대의견을 수렴하는데 소홀한 지나친 자의식과 인사의 난맥상 및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는 김 대통령을 국민과 유리시켰다. 임기 말에 터져 나온 각종 게이트 의혹과 두 아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는 임기 마무리에 치명적 결함으로 작용했고, 최대 치적임을 자부해 온 남북화해도 현대상선 5억달러 송금의혹 등으로 도마에 오르는 처지가 됐다.
김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 마다 "나의 공과(功過)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역사의 판단은 먼 훗날의 것이고, 퇴임 후 그리 오래 되지 않아 현실의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김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을 찾고, 회고록 저술 등에 몰두할 것이라고 한다. 팔순(八旬)을 바라보는 퇴임 후 생활이 안온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새로운 전범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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