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이후 50여년 동안 거의 모든 정권이 예외 없이 정부개혁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개혁의 분명한 목표와 비전이 결여된 채 즉흥적이고 단기적으로,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 획일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그 개혁들이 실패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행정환경과 수요는 급변하는데 정부의 일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조직 통폐합 같은 문패만 바꾸어 다는 식의 외형적인 변화만 추구하였을 뿐 정부 자체의 유전자 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지는 못한 것이다.국민을 상대로 한 대부분의 국가행정은 실제로 지방정부를 거쳐서 국민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지방자치제를 올바르게 운영하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국가정책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중앙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총체적 개혁마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래서 정부개혁은 고비용·저효율로 운영되고 있는 현 지방행정체제를 보다 생산적 체제로 개편하고 주민참여와 통제의 활성화를 통해 지방행정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최근 성공적으로 정부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들을 보면, 그 개혁이 국가의 통제로부터 시민의 자율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의 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이 국가 및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의존하던 종래의 수동적 자세에서 탈피해서 자치권의 회복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에 능동적인 주체가 되고자 하는 풀뿌리 혁명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들 지방정부의 생산성과 민주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의 직접적 배경은 공공지출을 억제해서 주민 부담을 줄이라는 거센 압력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지방정부의 무능과 비효율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정부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근원이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지방정부들이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늘로 임기를 마감하는 국민의 정부에 대해선 지난 5년간 선진 각국이 어떤 내용의 정부개혁을 왜, 어떻게 추진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형식적 개혁에만 치중해 결과적으로 귀중한 국력과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는 평가가 있다. 구호적 개혁, 과거청산적 개혁에 치중한 나머지 본질적인 지방정부개혁을 외면했다는 아픈 지적이다.
다행히 새로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는 기본 이념아래 지방분권과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대대적인 개혁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당면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은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지역감정 문제를 근원적으로 척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의 권력을 과감하고도 획기적으로 지방에 이전시키는 지방분권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중앙집권적인 통제 위주의 낡은 국가경영시스템을 청산하고 자율성에 입각한 분권형 시스템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것이다.
한편, 각 지방정부도 중앙의 굴레에서 신속하게 벗어나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조직개편이나 인력감축을 통한 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어디까지나 고객중심, 성과중심 그리고 경쟁중심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둘째, 행정관리방식의 기본틀이 바뀌어야 한다. 임무보다는 규정, 산출보다는 투입을 중시하고 있는 현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하위 단위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새 조직틀을 창출해 내야 한다. 셋째, 정부개혁은 결국 공무원의 행태와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새로운 관료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끝으로 시민은 이제 행정의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치의식과 능력을 한 차원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육 동 일 충남대 교수 자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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