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재벌 오너가 된 최태원(崔泰源·43·사진) SK(주) 회장이 5년 만에 벼랑 끝에 섰다. 최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崔鍾賢)이 작고하자 SK(주)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SK 그룹의 1인자로 등극했다. 당시 손길승(孫吉丞) SK텔레콤 부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이른 바 '투톱 체제'가 구축됐지만, 실제 그룹의 지배자는 최 회장이었다.최 회장은 21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능력이 모자라서 이렇게 된 것 같다"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면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태어나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회한과 자책이 담긴 이 말에 SK 그룹과 재계는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으나, 이번에 문제가 된 부당내부거래에 최 회장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 최 회장은 능력 있고 유망한 재벌 오너로서 각광 받았다. 상당수 재벌 2∼3세들이 외환위기를 전후해 무리한 사업확장과 자질 부족, 경험 미숙 등으로 낙오했지만 최 회장은 전문 경영인 출신의 손 회장과 함께 SK 그룹을 국내 3대 재벌(자산총액 기준)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정부의 재벌 개혁 정책을 피해 그룹 지배권을 확고히 하려고 무리수를 두면서 결국 검찰의 사법처리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특별히 단점을 꼽기 힘들 정도로 무난하고 합리적인 스타일로 그룹을 이끌어 왔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이자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사위인 최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과정 수료)을 공부했다. 최 회장은 92년부터 그룹 경영기획실 사업개발팀장, (주)SK상사와 SK(주) 상무, SK(주)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았다. 그는 선경그룹 시절 대한텔레콤을 설립, 제2이동통신사업권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SK의 정보통신사업 진출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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