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지음·이형진 그림 청년사·초등 저학년부터·7,000원우정 죽음 행복 연민 사랑…. 창작동화 '엄마 내 마음이 아파요'는 저학년 동화에서 보기 힘든 자못 심각한 주제들을 담고 있다. 학교 집 놀이터 등 어린이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런 주제들을 자연스럽게 풀어가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개구쟁이 성호는 자기가 "손톱만치도, 코딱지만큼도, 우리 집 바둑이만큼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행복한 이유 10가지를 꼭 찾아내야 한다.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다. 숙제를 엉뚱하게 해가는 바람에 웃음거리가 되고, 선생님으로부터 "넌 도대체 어떤 아이니?"라는 꾸지람까지 듣자 "나는… 불행한 사람이에요."라고 말한 벌이다.
성호는 선생님이 '치사하다' 고 투덜대면서도, 좋아하는 짝꿍 연실이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숙제를 해간다. 그런데 연실이가 없다. 선생님은 연실이가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지를 없애고 납골당으로 옮기는 것 때문에 결석했다고 알려준다. 그때 성호의 가장 친한 친구 석주가 왜 연실이 아버지는 다시 결혼을 하지 않으셨냐고 묻는다. 석주가 장난치는 줄 알고 선생님이 야단치자 석주는 뜻밖의 말을 꺼낸다. "우리 엄마가 새 엄마예요. 부모님이 이혼해서….."
처음 알게 된 연실이와 석주의 엄마 이야기에 성호는 한 가지 결심을 한다. 연실이와 석주 앞에서는 절대로 엄마 얘기를 하지 않기로. "친구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는 게 의리"라고 한 아빠 말씀을 떠올리면서. 그래서 무척 조심했는데도, 석주랑 놀다가 그만 '엄마' 라는 말을 꺼내고 만다. 어쩌지? 그러나 친 엄마가 그립지만 새 엄마도 좋아한다는 석주 말에 기분이 환해진다. 그런데 연실이를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자꾸 마음이 아프다.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연실이 얼굴이 점점 또렷해지면서. 왜 그럴까. 성호는 친구들의 아픔을 껴안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것이다. 지은이의 글 솜씨는 치밀하고 익살맞다. 커서 연실이랑 결혼하게 해달라는 성호의 기도를 볼까. "하나님, 지난 주에 헌금할 돈으로 오락실 간 것도 회개하고, 화장실에서 오줌 쌀 때 일부러 훈이 신발 위에 살짝 몇 방울 쉬 한 것도 회개하고, 명수 일기를 세 번이나 베껴 쓴 것도 회개합니다. 그러니까 꼭 연실이랑…."
아이들도 세상의 슬픔을 안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나름대로 깨달아간다. 그러면서 마음의 키가 자란다. 우리의 주인공 성호처럼.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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