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 노도처럼 번진 전세계 반전시위에 주춤했던 미국 정부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전쟁준비를 위한 마지막 수순에 돌입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영국 주도의 2차 결의안을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결의안은 이라크 정권이 '중대위반' 을 했으며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1,2주의 시간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결의안 제출시기는 상황에 따라 하루이틀 달라질 수 있으나 골자는 정해졌다" 며 "미국은 결의안의 안보리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차 결의안에 유엔사찰 시한이 명시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시간이 소진돼 가고 있지만 결의안 자체에 시한을 두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해 마지막 '여지' 를 남겨뒀음을 시사했으나 전문가들은 3월 중 대규모 공습을 앞세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차 결의안은 전쟁명분쌓기 위한 수순
미국 정부조차 이번 결의안의 안보리 통과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가 "추가 결의안은 필요치 않다" 며 미국이 다시 결의안을 내놓을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고,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20일 "거부권을 포기하지 않겠다" 고 밝혀 안보리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다만 거부권을 가진 '반전국가' 들의 기권을 최대한 유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전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끌어내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상당수 비상임 이사국들은 다음달 7일로 연기된 한스 블릭스 유엔 사찰단장의 보고서 제출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안보리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분열상을 노출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이라크 당국은 20일 미국 U―2 정찰기의 두 번째 영공사찰을 허용하고 대량살상무기 파괴에 관여했던 83명의 명단을 사찰단에 제출하는 등 국제여론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개전시기는 3월 중순?
영국의 더 타임스와 미국 워싱턴 타임스는 이날 이라크 개전시기는 안보리 절차와 중무장 보병사단의 이동시간 등을 감안, 다음달 중순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더 타임스는 다음달 말까지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날짜별로 명시한 뒤 프랑스가 요구한 한 달 간의 추가 사찰기간이 끝나고 블릭스 단장이 보고서를 제출하는 14일 전후를 미국이 대규모 공습을 가하는 D―데이로 잡았다. 전문가들은 3월 중순이 중동의 무더위를 피해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 신문은 또 3월 말까지 지상군 투입을 위한 병력배치가 마무리돼 24일 전후로 지상전을 위한 전략구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20일 "유엔에서의 외교가 진행되는 동안 병력배치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전쟁을 수행할 준비가 됐다" 고 밝혔다. 럼스펠드 장관은 걸프지역 주둔 미군 병력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국방부 관리들에 따르면 미군과 영국군 15만 명 이상이 배치돼 있으며 이달 말까지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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