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대북 송금 특검법안의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 모두 '국회 차원의 정치적 해결'을 주장하며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묘수가 없기 때문이다.노 당선자는 21일 한나라당의 특검법안 추진과 관련, "법안 내용은 보지 못했으나 여야가 좀 더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도 "한나라당이 특검법에 조사기간을 6개월로 해놓은 것은 진상조사보다는 총선전략용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특검은 있을 수 없다'고 하니까 저쪽도 '할 수 없다'며 법안을 제출한 것 아니냐"며 양당의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노 당선자가 의회를 존중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내 신주류 핵심 인사들도 이날 조찬모임을 갖고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당3역이 정치력과 협상력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모임 후 "법 자체가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등 최악의 내용인만큼 원안 통과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이날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과 오찬을 갖고 협조를 당부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최장 180일로 기간을 정해놓은 특검법안은 한나라당이 금년 말까지 국정을 농단하겠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초강경 대응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되는 만큼 국회 해결과 특검 논의를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주류측에선 이에 대해 "시간이 촉박한데다 야당의 대화 창구도 마땅치 않은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부정적이다. 차라리 "실력으로 저지하자"는 의견과 함께 대통령 거부권 행사 문제가 동교동계에서 계속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안도 국회 파행 및 새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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