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찾은 남측 가족 461명은 제6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숙소인 해금강 호텔 객실로 흩어져 개별상봉 시간을 가졌다.김경수(77)씨는 53년 만에 만난 동갑내기 남쪽의 아내 이임노씨의 주름진 얼굴을 매만지며 "사랑했고, 사랑해왔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역사학 박사이자 김형직사범대 교수. 하지만 이날 만큼은 체제 자랑이나 역사의식 보다 가족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이 묻어나왔다. 아내 이씨도 "서로 한 방에서 자야 했는데 혼자 지낸 지난 밤 잠도 잘 못잤다"며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둘째 딸 영신(55)씨는 세살 때 헤어졌던 아버지에게 "어머니와 포옹이라도 하세요"라며 애교를 부렸지만 큰 딸 영옥(57)씨는 내내 아버지 얼굴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아내 이씨는 두 딸의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을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 보세요"라며 "단 며칠이라도 같이 생활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며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별을 아쉬워했다.
남측의 딸 황명옥(58)씨는 아버지 병화(77)씨 목에 자신이 직접 짠 목도리를 둘러주며 "아버지 드리려고 밤낮으로 짰어요"라고 울먹였다. "아가야, 네가 울면 난 더하단다"라며 딸의 손을 꼭 쥔 병화씨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개별상봉 직후 금강산여관에서 진행된 공동오찬에서는 남북의 가족들 모두 하나가 되어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이어 달리며 인간 통일열차를 만들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찬이 끝난 후 오후 4시부터 온정각휴게소 옆 현대문화회관에서 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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