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그 지하철을 탔는지 우째 증명하란 말인교. 가짜로 실종신고 하는 걸로 생각하니 진짜 미치겠습니더…."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아들 종석(22)군이 실종된 아버지 김대율(51)씨는 "아들이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하고 있는데, 감식반이 유류품을 수집했다면 틀림없이 반지와 목걸이를 발견했을 것"이라며 "사고 당일 오전 9시50분께 테니스 훈련을 하러 간 아들이 전화를 걸어와 '중앙로 역에 곧 들어선다'고 말한 통화 내역까지 있는데도 사망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1,000여명에 달하는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실종자 시신을 찾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망자로 인정받으려면 실종자의 사고 전동차 탑승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데다, 실종신고를 마치 보상을 노린 허위 신고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오직 유전자 감식결과에 매달려 사망 여부도 모른 채 2개월 이상을 고통속에 보내야 한단 말이냐"면서 "신고한 유류품 대조작업을 통해 사망 처리라도 하면 주위의 이상한 시선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실종자를 사망자로 인정받기 위해 유류품은 물론이고 휴대폰 통화 내역까지 직접 구하러 다니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에 개인별 휴대폰 통화위치 및 시간을, 대구시 소방본부에 착신된 휴대폰 번호의 확인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통화내역을 확인한 실종자 가족은 소수에 불과하다. 실종자 가족들이 기대를 거는 것은 20일 밤 대구지하철공사가 내놓은 CCTV 녹화테이프 30개. 이들은 실종자가 사고 당시 중앙로 역 구내에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0번이 넘도록 보고 또 보고 있다. 어머니 최봉남(58)씨를 잃은 딸 하영희(33)씨는 "어머니가 오전 9시42분에 상행선 해안역에서 열차를 탔다는 것이 CCTV로 확인됐다"며 "그러나 이를 증거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발품을 팔고 있다. 대구대 미대에 다니는 친구 정남진(24)씨를 잃은 조정은(24)씨는 21일 대학 졸업식을 맞아 영정을 들고 목격자를 찾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정씨는 매일 촛불시위 현장과 병원 등을 돌며 목격자를 수소문할 작정이다. 이 밖에 사고 전동차를 탔다는 증거로 교통카드 기록을 제시하거나 병원예약 시간을 보여주며 사망자 인정을 요구하는 실종자 가족도 많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1일까지 신고된 실종자는 380여명. 그러나 월배차량기지에 견인된 1080호 전동차 안에 있는 미확인 시신이 79구밖에 안된다는 소식에 실종자수가 허위 신고된 허수일거라는 소문까지 나돌자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서울대 입학을 앞둔 딸 현진(19)양을 잃고 3일째 실종자 대기실에서 지내고 있는 대구시청 총무과 직원 이달식(45)씨는 "물론 일부 허위 실종자 신고도 있겠지만 실종자 가족 모두를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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