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그 옷이지. 여기가 2만원 싸네."대학 졸업을 앞둔 김현우(26·서울 성북구 종암동)씨가 여자친구(25)의 손에 이끌려 한 신사복 매장에 들어섰다. "졸업식도 있고 취업준비도 할 겸 인터넷 뒤져보고 왔다"는 그는 여자친구가 권해준 옷으로 갈아입고 전신거울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했다. 그가 고른 신사복 라벨에 붙어있는 가격은 12만원. "30만원 정도 생각했는데 남겠어요." 옷을 다시 갈아입고 여자친구와 눈짓으로 상의하던 그는 판매직원에게 "브랜드는 마음에 드는데… 다시 올게요" 한 뒤 다른 매장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국철·지하철 7호선 가리봉역을 나오면 흔히 '구로공단 아웃렛'으로 불리는 가리봉동 의류상설할인매장이 펼쳐진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 나오자마자 외톨이마냥 서있는 '신영아울렛'(아울렛으로 잘못 쓰는 가게가 많다)만 보고 "에게, 이게 전부야" 하고 섣부른 실망을 한다면 오산이다. 주변의 낡고 특색 없는 공장들을 잘 들여다보면 각종 브랜드와 '○○ 아울렛' '창고개방' '80% 파격세일' 등 차곡차곡 새로 단 간판이 가득 걸려 있다.
구로공단 2단지 금천구 가리봉동 일대는 1960∼70년대 국내 섬유 봉제 산업의 중심이었다. 80년대부터 의류공장이 지방으로 이사가면서 남은 재고창고와 공장 일부를 상설할인매장으로 전환했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2001년 국내 최대 아웃렛 몰인 '마리오아울렛'이 2단지 사거리에 문을 열면서 직영할인매장, 복합할인매장, 전문 아웃렛 등 30여개의 다양한 매장들이 포진한 패션 할인점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가리봉동 의류상설할인매장에선 백화점에서 파는 동일한 브랜드 상품을 30∼80% 싸게 판다. 공장 직영 매장이 많기 때문에 중간 물류비용과 유통단계가 빠져 할인율이 높다. 상품 또한 속옷부터 모피 옷까지 없는 게 없다.
1년 전 상품인 '이월상품'은 50∼70%, 백화점보다 한달 정도 늦은 '시즌아웃상품'은 10∼15%, 백화점 주력상품에서 제외된 '신상품'과 기획단계에서 만들어진 '시제품'은 30∼50% 할인이 보통이지만 매장과 브랜드, 상품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발품 팔 각오를 해야 한다. '마리오아울렛' 등에서는 버버리 코트 등 수입 상품도 10∼15% 싸게 판다.
졸업과 진학, 취업 시즌을 맞아 요즘 잘 팔리는 남성 신사복은 9만∼25만원, 여성 정장은 12만8,000원∼26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구두는 5만원선. 결혼식 등의 예복으로 쓰이는 150수 정장은 33만∼35만원이다. 이밖에도 브랜드 제품인 5,000원짜리 티셔츠와 8,000원짜리 바지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구매 요령 몇 가지. 한 매장의 판매직원 오현석(25)씨는 "여기저기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너무 발품을 들이면 나중엔 헷갈리고 물량이 한정돼 원하는 제품을 놓치기 쉽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바로 사거나 5군데 정도 돌아보는 게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주부 김모(35·경기 광명시)씨는 "(어떤 매장에선) 환불이 안돼 고생했던 적이 있다"면서 "환불 및 교환 여부와 재봉질 상태, 제조일자 등을 꼭 살펴보라"고 귀띔했다.
할인 매장의 한 관계자는 "가리봉동 의류상설할인매장은 동대문 남대문 등 저가의류를 판매하는 복합의류매장과 달리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까지 만족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영업시간은 오전10시30분∼오후8시30분.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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