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한결같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곁을 지켜온 두 여성 비서관이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다. 청와대의 '입'을 맡았던 박선숙(朴仙淑·43·왼쪽) 대변인과 청와대의 살림을 꾸렸던 박금옥(朴琴玉·47) 총무비서관. 남성에게도 힘겨운 격무를 소화해내며 청와대의 안과 밖을 책임졌던 두 사람은 소회도 각별할 수 밖에 없다.박 대변인은 21일 기자실에서 "오늘로 공식적인 브리핑을 끝내겠다"며 임무가 끝났음을 알렸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실은 매일 전쟁과 같은 '실제상황'이 벌어지는 곳"이라면서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과 함께 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재해도 책임져야 하는 무한책임의 청와대에서 벗어나면 당분간은 자유를 느낄 것"이라며 홀가분한 표정이다. 그러나 출입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한 기자가 붉은 장미 100송이를 선물로 건네자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공보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그는 최초의 여성 공보수석으로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DJ가 임기를 마치는 지금 그를 역대 대변인 가운데 성공사례로 꼽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박 총무비서관도 길었던 임무를 마친다. 그는 청와대 인사, 시설관리, 예산집행 등 과거 총무수석이 맡았던 업무를 비서관으로 도맡아 수행했다. 특히 지난 5년간 같은 직급(1급)으로, 같은 일을 해낸 드문 사례다. 청와대에 함께 입성한 동료들이 정부쪽에 자리를 찾아 떠날 때도 묵묵히 남아 청와대 살림을 꾸렸다. 언제나 서류철을 한 손에 든 채 청와대 경내를 뛰어다닐 뿐이었다.
그는 '비서는 말이 없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이날도 "잘못되는 모든 일은 비서의 책임"이라며 "그 동안 대통령을 힘들게 해드렸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고 마지막까지 입을 닫았다. 박 비서관에 대해서는 "음성적 예산을 없애는 등 김 대통령의 의지를 가장 잘 실천해낸 참모"라는 평이 나온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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