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의 부당내부거래 사건이 출자총액제한 규정을 피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재벌들의 유사 행태가 새삼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계열사에 대한 그룹 총수 일가의 부당한 지배력을 규제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개정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해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핵심.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재벌들이 SK 경우처럼 해외펀드나 해외 페이퍼컴퍼니 외에 문화재단, 계열사 거래기업 등을 활용한 교묘한 지분 위장분산을 통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해외펀드 통한 지분 위장 분산
SK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SK글로벌 소유 SK(주) 지분 1,000만주(매각 당시 금액 1,530억원)를 저팬아시아 등 해외펀드운용사에 '파킹(임시보관)'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 현대기업금융, 동아제약 등 9개사가 불법 역외펀드를 설립, 운영하다 적발된 것처럼 해외펀드 등을 통한 위장 지분분산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경우 해외펀드는 기업측과의 이면계약을 통해 국내 특정 계열사 지분을 외국인 매입 형식으로 보유하면서, 재벌오너의 계열사 지배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펀드에 의한 지분 대량 매매가 의혹을 사자 최근에는 자금조달 명목으로 해외펀드가 전환사채, 혹은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인수한 후 필요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 지분 보유 사례도 많아지는 추세이다.
비영리 법인 통한 간접 지배
재벌 오너가 사망할 경우 문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재단에 출연하는 사례가 많으나 실제로는 지분 변칙 소유, 경영권 상속 성격이 강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변호사는 "현행 규정상 비영리 법인인 문화재단은 출자총액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편법 지분 상속 뿐만 아니라 문화재단에 대한 주식 현물출자를 통해 출자총액제한 규정을 피해 계열사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법도 보편화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계열사 거래기업도 지분 위장분산 창구로 이용
모 재벌 2세의 경우 계열사 지분을 직접 소유하는 대신 계열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별도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후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계열사 지분 취득을 시도했다. 이런 경우는 평상시에도 전혀 별개의 기업을 통해 재벌그룹 계열사와의 인수합병(M&A)을 거쳐 필요시 주권 행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칙 지배구조 강화 수단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 송명훈 부원장은 "최근 첨단 금융기법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규모 코스닥 기업부터 재벌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칙 지분 보유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직접 규제보다는 집단소송제처럼 주주의 권한 강화와 투명성 제고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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