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땅 속으로 또 들어가지만, 이번에는 천국처럼 편히 쉬거라, 내 아들아…."불길과 유독가스에 휩싸인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구내로 뛰어들어가 승객을 구조한 뒤 참사를 당한 대구지하철공사 안심 차량기지 검수2과 직원 장대성(張大成·36)씨의 장례식이 치러진 20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동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은 유가족과 동료 등 60여명의 흐느낌으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장씨는 전동차와 역 구내에서 고통받고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다 숨을 거뒀지만, 그런 죽음의 의미도 가족들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지 3개월이 된 아내 정현조(35)씨는 말없이 허공만 응시했고, 어머니 정홍주(61)씨는 연신 아들 이름을 부르다 수차례 실신했다. 슬픔을 삭이는 듯 묵묵히 장례 장면을 지켜보던 아버지 장무석(65)씨도 아들을 실은 관이 영구차에 실리자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려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병원을 떠난 영구차는 장씨가 아직도 근무하고 있을 것만 같은 직장 안심 차량기지에 들렀다. 양쪽으로 늘어선 180여명의 동료들은 검은 리본을 달고 운구행렬을 맞으며, 유난히 성실했던 장씨와의 추억을 더듬었다. 관리동 2층 지하철 직원 합동분향소에서 참사로 함께 숨진 김상만(金相滿) 정연준(鄭淵俊) 최환준(崔桓準)씨의 영정을 둘러본 운구행렬은 동료들의 흐느낌을 뒤로 한 채 장지인 김천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곽병원에서는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다 변을 당한 원경미(30)씨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사고 차량에서 휴대폰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유언처럼 남긴 아내 생각에 남편 이재동(31)씨는 말이 없었다. 한불화장품 직원으로 바삐 살던 원씨는 이달 초 승진한 뒤 결혼 1년 반 동안 미뤄왔던 2세를 갖기로 약속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남편의슬픔은 더욱 컸다. 중학교 동창 김화정(30·여)씨는 "친구들 생일이 되면 가장 먼저 축하전화를 해주곤 하던 친군데…"라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직장 상사인 권정순(38·여)씨도 "승진의 기쁨을 채 나누기도 전에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보낼 줄은 몰랐다"며 통곡했다.
중국어학원 강사였던 이경숙(29·여)씨를 떠나보내는 북구 노원동 조광병원 장례식장도 눈물바다였다. 직장 상사인 박규연(42)씨는 "어떻게 열쇠 하나만 달랑 남을 정도로 시신이 다 탈수 있는거냐"며 통곡했다. 이날 대구 시내 가야기독, 파티마, 효신, 대성, 조광, 곽병원 등에서는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발생후 처음으로 희생자 9명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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