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위기때 행적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1979∼80년 고건(高建) 총리 후보자의 처신과 권위주의 정권 시절 발언과 행적을 집중 추궁했다. 의원들은 먼저 79년 10·26, 80년 5·17 당시 고 후보자의 거취를 파고들며 "난세에 숨는 기회주의 아니냐"고 따졌다. 민주당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고 후보자의 5공 초기 입각을 거론한 뒤 "신군부에 협조하기로 하고 비상계엄확대를 통보 받은 후 사표를 낸 것이 아니냐"고 사전접촉 여부를 캐물었다. 한나라당 이인기(李仁基) 의원도 "당시 사표를 건네 받았다는 분과 만류하러 왔다는 분 이 모두 사망한 사람"이라고 의심하면서 "청와대 숙정 전에 피한 것은 아닌가"라고 다그쳤다.
고 후보자는 "군정과 국보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소신에서 사표를 냈다"고 반박한 뒤, "그 후 입각한 것은 (대통령이) 직선이든, 간선이든 헌정 질서의 테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이 "대통령을 보필했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직무유기'와 '보신주의'를 질책하자, 고 후보자는 "당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최 대통령께 시국건의서도 냈지만 대통령은 비상계엄확대 건의를 받아들일 때 수석 비서관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0·26 때의 잠적설에 대해서도 고 후보자는 홍성철(洪性澈) 당시 보사부 장관의 사실 확인서까지 제시했지만 의원들은 고삐를 풀지 않았다.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은 S사 제작인 운구차 사진을 공개하며 "사흘간 장례를 준비하며 현대자동차에 운구차 제작을 지시했다는 해명을 믿을 수 없다"고 따졌다.
"87년 (내무장관으로) 부산 위수령을 막고 명동성당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했다"는 고 후보자 발언의 진위 여부도 거듭 도마에 올랐고, 고 후보자는 "(위수령은)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못박았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 본인·가족 병역문제
20일 고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첫날 인사청문회에선 고 후보자와 차남의 병역면제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 대한 병역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고 후보자의 '병역가계도'까지 작성, 병역 기피 여부를 물고늘어졌다.
포문은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열었다. 임 의원은 "고 후보자와 형, 차남은 병역이 면제됐고 나머지 두 아들은 각각 6개월, 18개월씩 복무하는 등 누구 하나 현역으로 군 생활을 한 사람이 없다"면서 "네 사람의 복무기간을 모두 합쳐도 현역 복무 기간인 24개월 밖에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이회창(李會昌) 전 후보가 본인도 아니고 자식이 군에 가지 않은 이유로 두 차례 대선에서 낙선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같은 당 전재희(全在姬) 의원도 '1958년 징병검사에서 갑종판정을 받은 뒤 62년 제1보충역 편입 때까지 병역자원이 넘쳐 영장을 못 받았다'는 고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 "61년 병역의무미필자 특별조치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는 입영 인원이 부족했는데 당시 대학 총장인 부친이 손을 쓴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전 의원은 또 "84년 1급 판정을 받고 3년 뒤 '현대사회병'으로 면제 판정을 받은 차남이 어떻게 석사 학위 논문을 쓰고 회사에 취직, 1년간 외국 유학생활까지 할 수 있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3남도 방위로 복무하다 91년 7월 고 후보자의 집 근처인 혜화동 사무소로 근무지를 옮겼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고 후보자는 "둘째는 중병 때문에 87년 5월 2일 5급 판정을 받아 면제됐고, 내가 내무장관에 취임한 것은 같은 해 5월 26일"이라며 "셋째도 내가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뒤 근무지가 바뀌었다"고 압력설을 부인했다.
민주당 이종걸(李鍾杰), 자민련 송광호(宋光浩) 의원 등은 "고 후보자 가족의 50%가 병역 면제"라며 "국민은 '청문회에 나오는 공직 후보들은 한결같이 자녀 건강이 부실하고, 서민 아들만 건강이 좋으냐'고 한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고 후보자는 "병역을 기피한 것은 아니지만 나라와 국민에 빚을 졌다는 부채의식 때문에 평소 사회에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자세를 낮췄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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