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타입의 엄마인가.엄마 A: 너, 공부 안하고 뭐 해. 밤 9시까지 너 방에서 나오지 말고 오늘배운 것 복습해. 말 안 들으면 혼나. (자긴 그 시간에 강냉이 먹으며 ‘인어아가씨’ 보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 B: 아이 옆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다. 혹은 아이 필통을 열고 묵묵히 연필을 깍아준다. 물론 공부하라는 소리는 입밖에도 내지 않는다. (한석봉 엄마가 따로 없다)
여성의 리더십에 관한 강연에 갔다가 들은 얘기다. 리더십은 꼭 일터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데에도 아주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는데 듣고보니 나 자신 영락없는 엄마 A였다. 한창 놀기 좋아하는 아이에겐공부를 강요하면서 나는 하고싶은 것만 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리더십엔 두가지 종류가 있단다. 부하직원이나 아이를설득하는 과정이 권위와 명령으로 등을 떠미는 타입이면 그건 Push형, 솔선수범으로 신뢰감을 얻으며 스스로 따라하게 만드는 타입이면 그건 Pull형.
과거엔 카리스마로 부하들을 호령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Push형이 바람직한 리더로 간주되었지만 요즘은 유연하고 신중한 Pull형 리더가 각광받는다고 한다. 칼날같던 박정희 대통령과 ‘맞습니다, 맞고요’의 노무현당선자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Pull형 리더 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스스로모범을 보여 아랫사람을 움직이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부하는엄마가 모범생을 만든다’는 건 전문가의 도움말이 없어도 우리 모두 알고있다. 실천하기 쉽지 않아서 그렇지.
큰 애의 대학진학이 마무리 되고 나니 곧 중학생이 되는 둘째가 걱정이다. 공식적으로 시험이라는 것이 없었던 초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중학생이되면 한학기 두 번씩 전교 석차가 찍힌 성적표를 받게 된다. 중학생을 둔주변 엄마들은 ‘공부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며 아우성이다. 정작 당사자는 ‘엄마, 내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라고 큰 소리만 뻥뻥 치고….
이럴 때 엄마가 가져야 하는 리더십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다시 전문가에 따르면, 좋은 리더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주고 ▦성실한 처신과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으며 ▦상대의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최소한 아이만 공부방에 밀어넣고 본인은 연속극 즐기는 엄마는되지 말아야 아이가 믿고 따르게 된다는 얘기다. 아이를 잘 키우는 열쇠는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와 고통을 분담하려는 마음만 갖는다면 말이다. 나도 내일부턴 ‘인어아가씨’ 끊고 아이 연필 깎는연습부터 해야지.
이덕규·자유기고가 boring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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